일찍이 민족의 특유한 문화를 형성했던 문화민족은 생명력이 강했던 반면, 스스로의 문화를 형성하지 못한 민족은 멸망하거나 다른 문화민족에 동화되고 만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이제 지방문화는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로 발달하고 있으며, 지방자치제도에 힘입어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구체적으로 특화시켜 기획함으로, 지역민의 관심과 협조를 불러 일으켜 그 존재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지역문화의 해를 맞이해 우리 지역에서 매우 의의있는 행사가 열렸다. 문화관광부에서 2001년 3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우리 고장의 수은 강항 선생의 자취와 업적을 조명하는 '한ㆍ일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번 심포지움은 일본에 주자학의 씨를 뿌려 일본 성리학의 시조 '후지하라세이카`를 탄생시킨 역사인물 강항선생을 매개로 한·일 양국간의 지방문화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견인차가 되었다고 본다. 그 동안 강항 선생유폐의 땅인 대주성(大洲城)에 '홍유(鴻儒) 강항현장비'가 건립되었던 1990년 3월 이후로 공식, 비공식적으로 민ㆍ관 문화교류가 이어져왔다. 우리 영광군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내산서원의 개발관리 사업을 종합적인 영광군 관광특구 문화관광 개발사업과 연계하면 그 동안의 민ㆍ관 교류의 씨앗이 꽃을 피우는 시간도 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각적인 분야의 주민의 의견 개진참여기회를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영광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 전문적인 식견과 관심이 있는 분들의 구심체를 조직하여 지금부터라도 부분적으로나마 장ㆍ중ㆍ단기 홍보계획을 세워서, 영광자랑 찾기 100선 제안 등, 대중의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의외로 발전적인 의견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이번 심포지움에 참가한 무라가미쓰네오(村上恒夫)씨는 "풍신수길은 흉기를 가지고 이웃나라 조선에 씻을 수 없는 잔악한 발자취를 남겼으나 포로로 끌려온 강항 선생은 그의 학문으로 찬란하고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다."고 말함으로써 선현의 자랑스런 문화유산계승과 선양이라는 과제를 우리들에게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풍요로운 지역문화산업의 확산으로 지역민의 긍지와 자존심을 세우고, 그를 바탕으로 영광의 중차대한 현안 문제들을 오히려 수월하게 해결해 가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희망이 있고 마음을 즐겁게 가지면 어려웠던 일들이 의외로 술술 풀려 가는 기적을 우리는 수시로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김경옥 한국문인협회 영광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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