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철(원광한의원장)

어떤 한가지 한약의 성능을 안다는 것은 그 약의 사기(四氣)와 승강부침(昇降浮沈)과 귀경(歸經)과 그리고 유무독(有無毒)을 파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의 사기(四氣)와 승강부침(昇降浮沈)에 대해서는 말씀드린바 있다. 귀경(歸經)이란 어떤 약물의 신체의 어느 장부에 효과가 있느냐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보약재라 할지라도 인삼은 비(脾)와 폐(肺)를 보(補)하기 때문에 인삼의 귀경(歸經)은 비,폐(脾,肺) 2경이다. 숙지황(熟地黃)은 심(心)과 간(肝)과 신(腎)을 보(補)하기 때문에 숙지황의 귀경은 심, 간, 신(心, 肝, 腎) 3경이다.

유무독(有無毒)이란 말 그대로 어떤 약의 독성(毒性)의 있고 없음을 말한다. 한의학의 약물학인 본초학예지는 약을 무독(無毒)과 유독(有毒)으로 분류를 한다. 유독의 경우 대독(大毒)과 소독(小毒)으로 다시 분류를 한다. 이는 수천 년간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먹는 음식을 무독(無毒)이 한약(藥)이다. 한약이란게 뭔가?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무뿌리 나무열매, 풀뿌리, 풀열매가 아닌가. 밥이 뭔가? 벼의 씨를 모아서 물을 부어 끓인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밥이라는 독이 없는 약을 먹는 것이다.

항간에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양약(洋藥)을 복용할 때는 자연에서 나는 한약을 절대로 복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걸로 알고 있다. 그 근거가 뭔가? 양약(洋藥)을 복용할 때는 밥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긴가? 웃기는 이야기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가 옳다. 한약을 복용하실 때는 화학재인 양약을 드시면 안됩니다.(필자가 좀 흥분한 것 같다)

그런데 독성이 있는 약도 약이다. 상한 음식을 먹어서 그 음식을 빠른 시간에 몸 바깥으로 내보내야할 때 쓰이는 사하제(瀉下劑:설사 시키는 약)가 그 예이다. 사하제의 경우 거의가 독성을 지니고 극렬한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독약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죽여서 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가끔 죽어 봐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의사가 어떤 병에 대해서 처방을 내리는 것은 종합저긴 판단을 요한다. 어떤 병에는 무슨 약 이런식의 처방은 좋은 처방이 될 수 없다. 단편적인 상식이 도움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의 상황과 약의 성능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병을 낮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약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위에서 말한 약의 사기(四氣)와 승강부침(昇降浮沈)과 귀경(歸經), 그리고 유무독(有無毒)의 변수가 있는 것이다. 처방은 여러변수의 순열조합(順列組合)을 구성한 다음에 선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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