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제자 자공이 올바른 다스림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간결하게 세가지를 지적했다.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이 바로 그것이다. 족식은 정치가 잘되어 백성이 넉넉하게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요, 족병은 군비를 충실히 갖추어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켜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요, 민신은 백성들이 정치와 정부를 믿는 일이다.

그런데 이 셋 중 끝까지 버리지 않고 지켜야할 것이 무어냐고 자공이 물었다. 공자는 ‘믿음’이라 했다. 그러니 경제문제, 군사안보문제,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문제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처럼 고래(古來)의 사서(史書)나 경전(經典)이 우리에게 주는 숱한 교훈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참된 지도력이 발가벗은 공포의 힘, 곧 위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덕(德)에서 나온다는 가르침이다.

요즘은 실로 파업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약분업, 롯데호텔, 의료보험관리공단에 이어 다가올 금융파업에 이르기까지 마치 마른 장작에 불을 지핀 듯 타오르며 여기저기서 비상구를 찾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민신(民信)에 금이 가고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의 제도정책과 이해집단의 목적사이에 다수 국민이 신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얼마 전 롯데호텔 파업농성의 현장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해 이야기하던 한 여성의 인터뷰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은 술을 먹고 동료들을 가혹하게 구타한 뒤 연행해 갔어요, 양주냄새가 코를 찌르더라구요, 그리고 임산부에게도 뭇매를 가했어요"

국민생명을 담보로 의약분업제도에 맞섰던 의사들의 집단폐업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정부의 입장에 비해 롯데호텔노조원들에 대한 공격대응은 그 파격적 차이만큼 파행적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은 정권의 폭력성을 규탄하고 책임자처벌과 정권퇴진을 외치고 있지 않는가?

물론 노동자측의 폭력행위를 모두 용인하고 방임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가치기준이 들쑥날쑥한 일면도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 아닌가?

이러한 음주진압과 비형평성 의혹으로 추락하는 대국민 정부신인도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을 비열하다 하고, 강자 앞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잃지 않고 단호하며 약자에게는 부드럽고 온유한 사람을 진정 강한 사람이라 말하는데 우리는 주저하지 않는다.

IMF 경제 위기이후, 정부는 대외적인 국가 신인도 회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왔고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모름지기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자 하는 민신(民信)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참다운 힘은 국민의 믿음에서 나오고,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정치와 정부만이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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