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해 필기시험을 치를 때의 일이다. 1종 보통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선 80점이상이 돼야 하는데 50개의 객관식 문항 중 40개이상 맞추면 합격이었다. 아마 현재의 필답시험도 그러하리라. 수험자들은 응시하기 전 운전시험용 문제집 한 권정도를 풀어보거나 요점정리해 당일시험에 응하고, 그 정도 성의껏 준비한 사람이라면 거의가 과락을 면할 수 있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선에서 문제들이 출제되는 가장 만만한(?) 국가고시가 아닌가?

그러나 준비가 부족했던 내게는 솔직히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시험을 마치고 수험생들은 면허시험장 한쪽 구석에 곧 있으면 나붙을 점수판을 기다리며 웅성웅성 모여 있었고, 이내 결과를 알리는 방이 붙었다. 순간 단말마 같은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80점, 아! 그때까지도 과락을 의심하던 내 눈에 들어 온 점수였다. 합격이었던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간신히 합격라인에 대롱대롱 걸린 깍쟁이 같은 내 점수 밑으로 고득점자들이 즐비했는데 특히, 내 등뒤에 앉아 시험을 치렀던 한 아줌마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모양이다. 두 문항만을 틀린 그녀가 받은 점수는 최고점이었던 것 같다. 기쁨도 잠시, 겨우 턱걸이로 간신히 합격을 받아 낸 부끄러운 마음을 실어 "아줌마! 축하합니다." 말하는 순간 그녀가 내게 말하길 "내 점수 참말로 아깝네. 총각처럼 그 점수로도 합격하는 사람이 있는데 말이야" 하며 탄식하는 것이 아닌가.

16점이나 오버한 득점을 마치 손해라고 여기는 그녀의 비아냥에 내 입가에 쓴 웃음이 배였다. 아마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면허시험에 대비한 과정들을 혹시 그 순간 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성실한 준비과정은 그녀가 받은 96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과정을 소홀히 하고 결과에만 집착해 진정한 삶의 과정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자세는 이러한 작은 일화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가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일이든 열정적으로 온몸을 던져 집중한다면 삶 자체가 그렇게 실망스럽지 않을 게다.

남의 삶과 견주어 보는 일상의 습관을 바꾸면 세상은 더욱 살맛이 난다. 우리는 비교의 구조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그 논리에 마치 무슨 환자처럼 중독돼 있다. 상대와 자꾸 비교하면 그때부터 내 주위는 더욱 초라해지고 빈곤해진다. 우리의 존재 가치는 절대적인 자기 몫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시절, 가치있는 삶을 꿈꾼다면 내 인생을 절대 남과 비교하지 말았으면 한다. 96과 80의 차이보다 지난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나, 게을리 했나 돌이켜 보는 삶의 태도가 더욱 값지고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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