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빌라델비아선교회





  김번이라는 가난한 양반이 있었습니다. 그는 양반의 직업이 본래 책 읽는 것이라 하여 오로지 책만 대하고 살므로 그의 부인이 바느질로 근근히 입에 풀칠을 했습니다. 어느 날, 평소 잘 아는 이웃이 식전에 그 집 어린종이 쇠고기 덩어리를 지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난한 집에 웬 고긴가하여 따라 들어가 그 집 조반상을 대하고 보니 고기는 한 점 없고 채소만 있었습니다.


 


고기는 어디 있는가? 하고 물으니 주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을 불러 사연을 듣고 보니 그 집 부인이 남편 생신 상을 차리기 위해 없는 살림에 고기 한 근을 사와 부뚜막에 올려놓았는데 이를 본 개가 그것을 훔쳐 먹다 즉사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인은 이 고기에 독이 있다고 판단하여 혹 다른 사람들이 이 고기를 사먹다 화를 입을까봐 바느질한 돈을 전부 갖고 가 그 집 고기를 몽땅 사다 땅에 묻었다는 것입니다. 그 후 그 집은 더욱 곤궁해졌고, 흉년이 들어 입을 것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김공은 하는 수 없이 행장을 차리고 평소 잘 아는 대감 집을 찾아 겨우 흉년을 넘길 돈을 빌려왔습니다. 그러나 그 돈을 무사히 집에까지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굶주림을 못 이겨 강에 빠져 죽으려는 어떤 일가족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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