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면 법성리
남궁수원

바람은 산넘어 가고 햇살은 대지를 안는다.

산자락을 돌아나와 농로길 꼬불꼬불 따라나서니 잎새 떨어진 단풍나무 숲 황톳길을 영구차가 가쁜숨을 몰아 쉬며

길을 돌아 나선다.



아이가 들고나온 영정사진 앞세우며 잔솔밭에 들어서니 붉고노란 황토밭에 구덩이를 파 놓았구나.



아 _. 어머니, 우리 어머니, 이제 나는 당신을 땅에 묻으러 이리 왔구려_.고개 들어 먼 산을 보니 산등허리 희검은것이 마치 어머니 파마머리 같고 청명한 하늘은 환하게 웃는 어머니의 얼굴 같구나.



어머니의 이름은 아무개이시니 무송 유씨이시다. 어머니 일찍이 열일곱에 함열 남궁가에 시집와서 딸 둘에 아들 다섯을 두었는데 갑신년 시월 그믐에 세상을 뜨니 짧은 해가 일흔하고 넷이다.



붉은 명정이 관위를 덮자. 모두가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는데 이내 울음골짜기가 되었다.누님은 악을쓰고 동생들은 짐승처럼 으렁대며 우는데 열두살난 딸아이는 곡을 해댄다.



할머니 인자 김치는 누가 담가 줘요?

금방 나아서 오신다고 했잖아요



아빠가 얼릉 살려내, 우리 할머니 얼릉 살려내

가슴을 뜯어내는구나. 가슴을 찢어내는구나. 햇볕이 유리알처럼 빛을 내며 쏟아진다. 눈이 부신다. 눈을 뜰수가 없다.



떼갱이만한 산자락이 있어 그곳에 묻고나니 앞녁 들판이 펼쳐보인다. 고개를 쳐들어보니 먼 산이 보이는데 그곳은 선영이 있는 홍농의 덕림산이요. 들판 우측으로 고개를 들이니 그곳은 본향인 공음 남동 산이다. 뒷자락은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숲을 이뤘다



우리 누님 얼굴은 누굴 닮았나

어머니 생각나면 누님을 봐야지.

누님 멀리있어 얼릉 못보면

딸아이 얼굴에서 어머니 찾겠지.



아_. 어머니 당신은 이곳에 묻고가지만,나는 정녕코 당신을 이곳에 묻지 못합니다.



아_. 어머니 우리 어머니 당신은 내 가슴에 묻고 갑니다.

새.



새 한마리. 잎떨어진 떡갈나무가지 사이를 뽀로롱 날아와 앉았다가 휘리리 숲을 넘어간다. 그리고 마른잎 스쳐가는 한 줄기 겨울바람 소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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