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수자원 보전과 효율적 사용이 시대적 과제다. 효율 낮고 공해 많은 백열등․ 형광등도 퇴출…물불을 잘 가려 쓰는 것이 개인과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성질 급한 사람이 손해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제각각 요금을 지불하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 여럿이 식당이나 극장 같은데 갈 경우 서로 눈치보는 경우가 많다. 이럴때 대개 성질 급한 사람이 먼저 지갑을 열기 일쑤다. 비슷한 말로 ‘물불을 안가린다’는 말이 있다. 화가 나거나 흥분 했을 때 이성을 잃고 언행을 함부로 하는 것을 일컫는다. 물과 불은 성질이 극단적이어서 가리지 않고 접근하면 큰 화를 당한다.


 


예전엔 조금 파기만 하면 마실 수 있는 물이 나왔다. 그만큼 질 좋은 물이 많았다. 절제하지 않고 마구 쓰는 것을 ‘물 쓰듯 한다’ 고 할 정도로 우리는 물을 낭비 하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샘을 파서 마시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돈을 들여 생산하는 수돗물을 마시다 그도 못 미더워 끓여 마셨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생수를 사 마시거나 정수기를 이용한다. 한병에 2만원짜리 생수도 잘 팔리는 시대가 돼버린 것이다.


 


모두가 물을 낭비하고 관리하지 않은 탓에 ‘물 쓰듯’ 하던 물을 ‘돈 쓰듯’ 하게된 것이다. 세계은행은 20세기의 국가간 분쟁이 석유 때문이었으나 21세기는 물 때문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OECD 보고서는 2025년엔 52개국 30억명이, 2050년엔 인류의 3분의2가 물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미 수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간 분쟁이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10년후엔 연간 10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많고 좋던 물이 도시의 하수와 산업체의 폐수로 인해 질이 나빠진데다 무분별한 낭비로 물부족을 부추긴 것이다. 연간 내리는 1267억톤의 물 가운데 301억톤만 이용하고 76%는 바다로 흘려 보내거나 증발, 지하 침투 등으로 손실되고 있다. 우리는 24% 밖에 이용하지 못하면서도 낭비하는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 부족은 지진이나 태풍 못지 않은 재난이다. 예고된 재난을 막지 못한다면 말이 되는가. 절약하고 보관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지하수도 개발해야 한다. 도시는 물론 읍· 면 단위까지 중수도 시설을 강제할 필요도 있다. 필요하다면 톤당 몇백원에 불과한 수돗물 값을 올려서라도 물 낭비 습관을 고쳐야 한다. 수자원 보전과 효율적 사용이 지구촌 전체의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구촌은 물 부족 대책과 함께 전등의 에너지 효율 높이기에도 적극 나섰다. 각국이 에너지 효율이 낮은 백열등이나 형광등을 퇴출 시키고 LED 조명으로 바꾸기에 경쟁적이다. 미국과 일본등에 이어 EU 27개국도 2012년까지 백열등을 완전 퇴출 시키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2013년엔 백열등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형광등도 2020년까지 퇴출 시키기로 한 나라들이 많다.


 


에디슨이 발명할 당시 열광해 마지 않던 백열등은 에너지 효율이 낮아 어둡고 수명이 짧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많다. 백열등보다 훨씬 효율적인 형광등도 이제 ‘퇴물’이 됐다. 공급 전력의 10%만 빛으로 쓰인 백열등 시대에서 40%를 쓰는 형광등 시대를 지나 90%를 빛으로 쓰는 LED 조명 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안에 모든 공공시설의 조명을 LED로 교체할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LED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데다 수명도 길고 컴퓨터로 빛과 색을 조절할 수도 있다. 공부방은 집중력을 높이고 식당은 식욕을 자극하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빛의 파장을 선택해 동식물의 성장 조절도 가능하다고 한다. 일본과 스웨덴 에서는 어류의 성장 촉진 기술도 연구중이라고 한다. 흠이 있다면 아직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지만 그 효율을 따진다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백열등이나 수은으로 인한 공해를 유발하는 형광등은 인간과 지구를 병들게 한다. 도시 뿐만 아니라 농어촌에서도 LED 조명으로 바꾸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물불을 잘 가려서 쓰는 것이 개인과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공해를 줄이는 데는 성질이 급할수록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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