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희/ 전남지적장애인복지협회 영광군지부

재가복지사업 팀장

 연중행사 가운데 제일 큰 행사인 장애인잔치한마당 행사가 11월9일 10주년 기념식과 11월10일~12일 제주도일대 여행으로 해서 무사히 마쳤다.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는 것도 작은 일이 아닌데 1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는 것은 이보다 더 부담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기호 군수님을 비롯한 내·외빈과 장애인등 400여명이 모이는 자리인지라 더 신경이 쓰였다.


 혹여나 실수 하지 않을까 기념품, 행운권을 나눠주며 소란스럽지는 않을까 공연과 장기자랑은 순조롭게 진행이 될까 음향과 프로젝트가 꺼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한달 전부터 기념행사가 끝나는 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10년 동안 이 행사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제주도여행이 주는 소중한 의미를 전달하고, 1회 때부터 9회 때까지 참여했던 자원봉사자와 장애인들을 초대하여 그들에게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잊고 있었던 행복한 그 때 그 시간을 다시 되찾아 주고자 하는 것이 10주년 기념행사의 주된 목적이었다.


 그리고 기념행사가 형식적인 행사 그 자체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잔치한마당’제목 그대로 지역 내 장애인들의 잔치가 되고자 하는 것도 중요한 핵심이다.


 이러한 핵심을 놓치지 않으려고 직원 모두가 새벽 1~2시 까지 시간을 쪼개가며 고민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그 고생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


 8회 제주도 여행 참여자 김영택씨가 직접 낭독하는 사연을 들으며 감동하는 사람들... 제주도 여행 사진 동영상을 보며 “저기 저기 나 나왔다!! 맞다! 맞다! 저기 갔었지~” 하며 밝게 웃는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 광주·전남 사랑예술단을 주축으로 하여 군남석천부녀회, 영광노인복지회, 이명선씨의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느 순간 내 얼굴이 “바로 이거야~”하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행운권 추첨과 기념품 전달을 끝으로 기념행사를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마치고 본격적인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갈 때는 배편으로 올 때는 항공편으로 돌아오는 일정인데 비바람에 배가 너무 흔들려 이러다 뒤집히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두려움까지 밀려왔었다.


 지부장님과 나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배 멀미로 힘들어 했고 배가 예정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도착하여 첫날 관광 코스는 한 곳 밖에 갈 수 는 없었다. 모두들 부푼 기대를 안고 왔을텐데 첫날부터 고생시켜드린 것 같아 맘이 너무 안 좋았다. 그런데 속으로는 불쾌할지언정 겉으로 내색하시는 분이 없어서 얼마나 감사하던지...


다행히도 이튿날은 전날 날씨와는 정반대로 너무나 화창했다. 전날 못봤던 공연을 넣어서 일정은 빠듯했지만 가는 코스마다 신기함과 놀라움에 얼굴은 그저 싱글벙글 즐거워보였다. 매년 그렇듯이 제주도가 처음인 장애인들이 대다수, 집 밖 외출이 처음인 장애인도 있다.


이번 여행 참가자 중 여성 지적장애인 한분이 계시는데 집이 멀어서 여행 가기 전날 기념행사에 어머니가 모시고 나왔었다. 저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집에 돌아가려고 하시는데 그 지적장애인 여성이 어머니를 떠나지 않으려 했었다.


 집 밖 외출이 처음이라 낯선 사람들을 보며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행히 설득을 시켜 제주도로 왔는데 두려움에 떨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밝은 얼굴로 같은 조의 장애 아동까지 챙겨주며 가는 코스 하나 하나 너무 재밌어 하는 것이었다. 공연을 막 보고 나오면서 아주 조심스럽고 가녀린 목소리로 방긋 웃으며 “선생님~ 또 보고 싶어요. 너무 재밌어요.” 하며 아쉬워했다. 마지막 날에는 어머니드릴 선물도 직접 사서 품에 꼬옥 안고 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더 아름다웠던 모습이 또 하나 있다. 매년 지적장애인 참가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청각.언어 장애, 지체·정신·발달장애등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장애인들이 하나가 되어 서로서로 돕고 화합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듣지 못하고 말할 수 없는 대신 건강한 몸으로 지체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안아서 차에 태우고 내려주는 따뜻한 마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적장애인이 손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의 옷을 입혀 주고 양말을 신겨 주는 모습 속에서 그들에게 장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함께 참여한 자원봉사자들도 하나같이 “장애인들이 이렇게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사람들인지 몰랐다” “내가 오히려 그들에게 배우고 가는 것 같다”며 2박3일동안 느낀 감동을 전해 주기도 했다.


 이런게 바로 사회가 바라는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장애의 벽을 넘어 편견의 벽을 넘어 장애인이 장애를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삶 비장애인 장애인 구분없이 함께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10회 행사의 주제 “나누는 기쁨 최고의 선물”처럼 나눠주는 이들에게는 기쁨을, 받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던 행사였음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도 영광 지역 내 장애인들에게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는 동시에 어두운 삶이 밝은 삶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데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 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기념행사와 2박3일 여행 일정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번 행사에 기도와 물질로 자원봉사로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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