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의 기도

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우리가 올해 겪은 시련과 아픔이 나라와 국민을 더욱 발전시키는 거름이 되게 하시고 경인년 새해는 슬픈 일보다 기쁜 일이 많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하느님,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위기의 불안속에 맞이한 기축년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올 한해 경제위기는 무사히 넘길 수 있었지만 어느 해보다 슬픈 일이 많았습니다. 새해 벽두 용산의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던 세입자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 1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 났습니다. 이땅에 다시는 화염병과 돌을 든 철거민들과 이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는 일이 없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하느님, 올해 무엇보다 국민들을 슬프게 한 것은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대통령· 김대중 전대통령등 세분의 지도자가 우리 곁을 떠난 것입니다. 추기경 께서는 종교간의 담을 허물어뜨린 포용력 있는 종교 지도자요 용기 있는 사회 원로 이셨습니다. 숨어 있는 학생들을 연행하기 위해 명동 성당에 진입하려는 경찰에 “ 먼저 나를 짓밟고 신부들과 수녀들을 짓밟은 후에 학생들을 데려가라” 던 추기경님의 선종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조와 신념, 의리를 지키며 자기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바보’ 노무현은 부엉이 바위에서 그가 바라던 ‘서민이 잘사는 나라’를 보지 못한채 생을 마감해 국민들을 울렸습니다. 또 평생을 민주화에 헌신하고 통일의 초석을 다지신 김 전대통령 마저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아직 화해와 소통이 미흡해 많은 갈등을 빚고 있는 이 나라가 가장 필요로 하는 세분의 지도자를 잃은 국민들의 비통하고 허전한 마음은 한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하느님, 강호순은 여자들을 연쇄 살인하고 처와 장모마저 불에 타 숨지게 했습니다. 어린 나영이에게 몹쓸 짓을 한 자에게 법은 너무 낮은 형을 선고 해 국민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나라에나 범죄는 있다지만 다시는 이땅에 이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느님, 올해도 우리는 남북 분단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건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북측은 수시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핵 개발을 공개해 우리 뿐 아니라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임진강을 범람시켜 6명이 실종, 사망하는 사고를 일으켰고 11월에는 또다시 서해해서 교전을 유발해 한반도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남북이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출 그날이 언제인지 알고 싶습니다.


 


 하느님, 경제 불안 못지 않게 우리를 불안하게 한 것은 신종플루 였습니다. 먼 나라의 일로만 여겨지던 신종플루는 어느새 이나라 전체를 덮쳐 적잖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또 고흥 나로도의 우주기지에서 발사한 위성 나로호가 공중에서 실종돼 국민들은 실망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로호에서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으로 발돋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표정은 정말 밝았습니다. 우리가 늘 그처럼 밝은 표정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하느님, 우리는 내년 세계 20개국 정상회의 개최국 지정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우리의 역량을 세계가 인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분야 만큼은 영 미덥지 못합니다. 미디어 법안을 처리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난장판 국회는 세계적 조롱꺼리가 됐습니다. 4대강 개발을 하느니 못하니 다투고, 세종시 개발의 원안을 파기해야 한다 못한다고 싸우느라 새해 예산안은 ‘아직도’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정치다운 정치를 하는 국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하느님, 우리가 올해 겪은 시련과 아픔이 국가와 국민을 더욱 발전시키는 거름이 되게 하시고 경인년 새해는 슬픈 일보다 기쁜일이 많도록 보살펴 주십시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여기서 쓴 ‘하느님’은 특정 종교와 관계 없으니 오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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