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무형(無形)의 벽

강구현/ 칠산문학회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1달러 87센트, 그것이 전부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남편의 시곗줄을 샀다. 남편은 하나밖에 없는 그 시계를 팔아 아내에게 선물 할 머리빗을 샀다. 집에 와서 선물을 교환하고 보니 아내가 남편에게 선물 한 시곗줄도, 남편이 아내에게 건네준 머리빗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남편의 시곗줄을 사기 위해 머리를 자른 아내와 아내의 머리빗을 사기 위해 자신의 시계를 팔아버린 남편.... 이 우연의 일치에 부부는 잔잔하게 웃으며 말한다. “우리가 지금 쓰기엔 너무 비싼 선물이구려”


 


 작가 오-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우리들 가슴 속에 따뜻한 인간의 정을 느끼게 한다.


 


 2010년! 무언가 10년 단위의 해(年) 바뀜을 두고 새로운 의미의 부여와 함께 요란 법석을 떨 만도 한데 어찌하여 2007년에서 2008년으로, 2008년에서 2009년으로 넘어가듯 그렇게 조용히 맞이하게 되는 것인가?


 


 한 세기를 보내고 새로운 세기를 맞이해야 했던 1999년 세계는 Y2k(밀레니엄 버그)문제로 요동을 쳤었다.


 


 2000년 1월1일 이후에는 앞의 두 숫자(20)를 제외하고 뒤의 두 자리(00)만으로 해(年)를 표기할 경우 컴퓨터의 인식오류로 인한 혼란과 더불어 산업이나 경제 전기 등의 중단은 물론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었고 전 세계 신문 및 방송매체의 영향으로 지구촌에는 상당한 파장이 일어났었다. 그러나 그런 우려도 예상과는 달리 2000년 1월1일이 되었지만 심각한 수준의 문제는 발생되지 않았었다.


 


 컴퓨터도, 컴퓨터를 운용하는 사람들도 문제의 Y2k에 그리 쉽게 속수무책 당 할 만큼의 바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흐른 2010년 첫날을 맞이한 우리는 컴퓨터 오류에 의한 문제가 아닌, 컴 퓨터의 지나치게 영리하고 무한한 기능 대문에 섬찟한 전율을 느낀다.


 


 세계적 인터넷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어느 기업가가 미국의 유명대학 졸업식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졸업생 여러분 오늘 집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컴퓨터의 전원을 끄십시오. 그 순간 비로소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이 시사 하는 바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가 염려해야 할 것은 컴퓨터가 저지를 오류가 아니라 컴퓨터의 영리함에 우리 인간들의 기존 질서가 잠식되어져가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이다. 컴퓨터의 발빠른 진화와 관련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너와 나 도는 우리들이라는 관계를 상실해가면서 철저한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다. 그러한 현상은 기성세대와 신세대들 간의 문명충돌 현상으로까지 발전되고 있음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얼굴도, 실체도 확인할 수 없는 익명으로 각종 싸이트를 점령하하여 무책임하게 난무하는 악성 댓글들은 이미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문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사이버 정서에 익숙치 못! 한 대다수 기성세대들에게는 과거에로의 향수와 함께 서글픈 넋두리만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세대는 사회적 도덕적 책임감으로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를 섬기며 자식을 사랑 할 줄 아는 마지막 세대이며 한 편으론 자식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소외되는 첫 세대가 될거야”


 


 지난 1999년의 세기말(世紀末)에 발생했던 불안과 초조감이 기우에 불과했듯이 컴퓨터와 문명의 발달에 의한 인간성 상실 및 좌절감 또한 영원한 기우로 끝나길 새해 아침에 갈망한다.


 


 오-헨리의 두 부부 이야기 같은 잔잔한 감동과 따뜻함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 사회 전반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확장되어가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60년만에 돌아왔다는 흰 호랑이(白虎)의 해, 경인년, 백호는 사신(四神)인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남주작(南朱雀), 북현무(北玄武)중에 전설의 동물이 아닌 유일한 실제 동물이며 우리 인간과는 여러 면에서 친근한 영물(靈物)이다.


 


 백호의 웅혼하고 그윽한 울림으로 열린 무인년에는 우리 인간 모두의 관계와 관계 속에 보이지 않게 높이 쌓여만 가고 있는 단절(斷絶) 벽도 허물고 저 야생의 순환원리와 함께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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