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산 호랑이의 재생

박자이/ 영광신문 사외 논설위원


 60갑자(六十甲子)로 헤아려 경인년(庚寅年)으로 불리우는 금년은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白虎)의 해라고 해서 년내에 출산하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큰 권력을 획득할 수 있는 사주팔자(四柱八字)를 타고난 자녀를 낳고 싶다는 이야기이니, 3년 전에도 황금돼지해(丁亥年)라고 해서 돼지로 상징되는 부(富)를 소망하면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근거 없는 속설이겠지만, 세계 최하위인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좀 높아졌으면 다행이겠다는 바람과 아울러, ‘불갑산 백호’도 재생(再生)되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불갑산 백호’의 재생은 결코 느닷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영광에서는 작년부터 ‘불갑산 백호’의 재생을 시도했었다. 불갑사 일주문 가까운 곳에 호랑이 상(像)을 세운 일과 지역의 야구 동호인 모임 이름을 ‘불갑산 타이거즈’라고 명명한 일은 100여 년 전 까지 불갑산에 호랑이가 서식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루어졌다.


 


 목포 유달초등학교 현관에는 1908년에 불갑산에서 잡혔다는 호랑이 박제(剝製)가 진열되어 있다. 20여 년 전 필자는 이 호랑이 박제를 처음 대하는 순간 잔잔한 전율을 느꼈다. 우리 고장 영광산 호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00여 년 동안 크게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된 점도 너무나 고마웠다.


 


 한국 호랑이는 일제 강점기 초 대대적인 사냥이 벌어지면서 사라졌고, 1922년 경북 대덕산에서 사살된 것이 남한 지역의 마지막 호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박제로나마 실물이 남아 있는 것은 불갑산 호랑이가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 학술적으로 보아도 한국 호랑이의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호랑이는 세계적으로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카스피호랑이, 발리호랑이, 자바호랑이, 남중국호랑이는 이미 멸종되었다. 뱅골호랑이, 인도차이나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도 극소수가 남아있을 뿐이다. 시베이라호랑이(한국호랑이)도 야생으로는 러시아에 약 500마리, 중국에 약 20마리가 남아 있고, 북한의 고산지역에 10마리가 체 못되게 남아 있을 뿐이라고 한다.


 


 요즘 불갑산에는 수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온다. 특히 가을철의 주말이면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고, 몇몇 식당에서는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라니 이는 기본적으로 등산 인구가 많이 불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천년 고찰을 품고 있는 명산, 전국 최대의 상사화 군락지, 가볍게 한나절 정도의 짧은 시간에 등산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등, 이른바 고유의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거기에 또 ‘불갑산 호랑이’ 라는 브랜드 개념을 추가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을 타지 않는 전천후 브랜드가 형성 될 수 있다. 호랑이는 사람까지도 해치는 맹수로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사(邪)하고, 잡(雜)된 것들을 물리쳐주는 영물로도 여겨져 왔다. 꿈에 호랑이라도 만나면 큰 인물이 될 자식을 얻거나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 것을 예언해주는 길몽으로 여겨왔다. 산군(山君)이나 산신령의 화신으로 신성시되기도 했다.


 


 경인년을 맞이하면서 불갑산 등산로 주변에 변화 있는 호랑이 상을 몇 군데 더 배치한다거나, 일정한 시간에 호랑이의 포효 소리를 녹음으로 들려준다거나, 더 나아가 사파리형 호랑이 동물원이라도 설치한다면 지역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제공해 주고, 타지방 사람들에게는 한 번 더 불갑산을 찾고 싶은 동기를 붙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새해 아침 불갑산 해맞이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는 산사의 범종 소리가 악마를 항복시키려는 부처님의 설법으로 비유되는 사자후(獅子吼) 또는 호랑이의 포효(包哮)소리로 들렸을 수도 있다.


 


 불갑산은 천년 고찰, 상사화 군락지라는 브랜드 개념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호랑이 서식 개념을 추가시키면 금상첨화의 브랜드 가치가 형성될 듯하다. 불갑산의 마스코트가 될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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