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광 내는’ 구두닦이

 구두닦이하면 아직도 천한 직업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그건 교과서적인 이야기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광읍 우체국 건너편 버스정류장 옆에 붙어 있는 조그만 구두 수선방 최길용(63)사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최 사장은 영광읍 무령리 출신으로 4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집안형편이 어려워 14살이란 어린나이에 구두닦이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어린나이로 선배들에게 온갖 질타를 당해왔고 최 사장은 그때마다 가족을 생각하며 꿋꿋이 버텨 왔다고 한다.
 이제 그도 환갑이 넘은 나이로 구두 닦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면 언제나 그랬듯 정확히 아침 9시면 한 평도 안 되는 가게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하고, 저녁 6시면 집으로 퇴근한다.
 고된 일로 피곤할 법도 한데 항상 웃으며 일할 수 있는 활력소는 가족 그리고 등산이라며 매주 주말에는 가까운 산을 산행하며 한주 있었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구두닦이를 해온지 어느덧 50년이란 시간이 흘러 최 사장은 “구두를 보면 키, 몸무게, 성격, 인간성까지 알아볼 수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매일 30켤레 이상, 금요일은 50켤레가 넘는 구두를 닦으면서 어떻게 바뀌지 않게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문득 호기심이 발동해 물었더니 최 사장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충 발 크기와 키, 몸무게는 비례하고,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구두에 술 냄새가 배여 있다. 또 영업직과 사무직은 먼지에서 차이가 난다. 곱게 신는 사람, 뒤축을 자주 수선해 신는 사람은 성격도 세심하고 준비성 있다고 한다.
 구두를 닦는 방법에는 물광, 불광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최 사장은 오로지 구두약을 직접 바르는 것을 고집한다고 한다. 먼저 구두의 묻은 먼지를 제거 한 다음 손으로 구두약을 곱게 잘 바른 뒤 2~3분 손으로 닦아줘야 비로소 광이 효과적으로 잘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 사장은 한 평 남짓한 구둣방에 앉아 있을 때 비가 오고 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몰아치면 더욱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비록 허름하고 좁은 장소이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한 너무나도 소중한 ‘삶의 터’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시끄럽고, 마음이 불안 할 때도 구둣방에 않아 밖을 내다보면 위안을 받는다고 말하는 최 사장. 그 얼굴에 자신의 ‘삶의 터’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최 사장은 “새것처럼 말끔히 닦아진 신발을 들고 구둣방을 나서며 기분좋아하는 손님들을 볼 때가 구두닦이라는 이 직업을 하고 있는 자신이 가장 뿌듯하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구두닦이를 할 것이며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멋으로 통하는 곳
구두수선
영광읍 우체국 건너편
010-6295-5530
최길용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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