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경문/ 전남지적장애인복지협회 영광군지부장

  우리는 TV를 통해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된다. 3억 기부 김밥 할머니, 폐지를 줍는 일로 모은 돈 전부를 기부한 할머니, 해마다 이름도 알리지 않고 남몰래 기관이나 시설에 놓고 가는 아저씨등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런 사례들이 우리를 감동 시키는 건 많은 물질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을 위한 배려와 사랑이다. 가난하지만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부자일까? 아님 돈이 많아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 부자일까? 가난하지만 부자처럼 사는 할머니의 인터뷰의 내용을 보며 가슴속에 와 닿는 말씀이 있었다. 늘 자신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자기 잘못으로 여기고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하시며 사회에 환원함으로 그 빚을 갚는 거라고.......

  이로 인해 자기 잘못보다 남의 탓을 하며 핑계거리를 늘어놓기 바쁜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유 있는 생각을 할 만큼 할머니는 많이 배운 것도 아니고 풍족한 삶도 아닌데 어디서 그런 내공이 나오는지 부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 할머니와 반대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사회 심리학 용어 중 귀인이론이 있다. 인간 행동의 원인은 개인이 지니고 있는 특성이나 환경적 요인에 대하여 자신이 어떻게 인지하고 지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때 상황은 무시하고 성격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는 것을 귀인 오류라고 하는데 일상 생활에서 매우 빈번하게 그리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자면 중요한 면접에서 긴장하는 후보자를 보고 천성적으로 걱정 많은 사람으로 결론짓거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모임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을 천성적으로 수줍음이 많은 사람으로 판단하는 일 즉 내면적 요소에서 잘못을 찾아내려는 방식은 귀인오류 중 내부 귀인 오류에 속한다. 그 일의 동기나 상황 환경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결과만 보고 그 사람을 나쁘게 결론 지어버리는 지극히 위험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귀인 오류 중 또 한가지는 외부귀인오류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조상 탓”으로 생각하는 것 즉, 남이 잘못하면 인간성의 문제, 내가 잘못하면 환경적인 문제를 들며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두 가지 요인을 하는 이유는 자기 방어 심리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러한 방어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하지만 단체를 이루는 사회적 특성의 인간이 모두 자기 방어에 몰두하면 다른 사람들과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기 쉽고 사회 관계를 붕괴시키는 결함이 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환경 탓을 하며 방어를 할 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인간성의 문제를 지적하면 그 숫자나 세력에 따라 자기 방어가 무너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건 네 잘못이야”라고 했을 경우 설령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스스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내부 귀인을 강제적으로 할 확률이 높다. 다수의 의견은 사회적 생활을 하는데 있어 학교나 직장에 큰 힘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의지”는 반드시 “절대가치”일 수 없다. 이것이 좋은 현상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남의 잘못을 환경에서 원인만을 찾기에는 부도덕한 행위를 무조건 정당화 시키는 결과가 되고 자신의 잘못을 내면적 문제로 스스로 탓하기에는 자신감 결여와 우울증으로 발전 할 수도 있다. 정말 현명한 사람이라면 남의 잘못이든 자신의 잘못이든 내부 귀인과 외부 귀인 두가지 방식으로 공정하게 원인을 찾아보는 사람이 아닐까?

  나 또한 한 지역사회에 귀속된 사람으로서 한 기관의 장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생각의 갈림길에 놓일 때가 많다. 나의 말 한마디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어느 누구는 웃고 울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도 사회복지 일을 하며 이런 저런 잘못된 오해와 편견으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무력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성경에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내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말씀이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잘못을 비난하고 정죄할 때 이 말씀을 한번 쯤 떠올렸으면 좋겠다.

  오늘부터 매일 매일 삶속에서 ‘모두 내 탓이오’ ‘내 잘못입니다’라고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는 연습을 해보자.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험난하다 하더라도 ‘3억 기부 할머니’께서 보여주신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을 느끼고 깨달을 줄 안다면 우리 사회가 훨씬 밝고 재밌는 살 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제 한 주 후면 최대 명절인 설날이 다가온다. 여기 저기 흩어졌던 가족들도 모이게 되고 못 만났던 친구들과 지인들도 만나게 된다. 여기 저기 정다운 모임 속에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타인의 잘못 보다는 나를 먼저 돌아 볼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을 가져 보았으면 한다. 우리 각자가 좀 더 건전한 삶과 생각으로 조금씩 변한다면 우리 지역사회는 좀 더 아름다워지고 성장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휘엉청 밝은 보름달 만큼이나 우리의 인심도 넉넉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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