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호 광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오는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지방자치는 장기간 지속된 중앙집권적 의사 결정구조를 밀어내고 지역사회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 나가는 관행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권위주의적 행정은 서비스로 전환되고 지역 공동 경영과 참여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함으로서 지역사회는 다양한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 지역의 토호세력이 발호하고 있으며, 자치단체장이나 관료들의 온갖 비리와 부패가 난무하고, 특정정당의 일방 독주를 막을 길이 없다.

이는 지역주민의 정치 행정의 감시 장치 부족으로 사업의 낭비와 비효율이 극심하며, 주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낮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아직도 정착되지 못한 지방정치의 성과를 결산하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아 가는데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선거는 선거법과 제도의 미비, 공명선거의 의지부족, 왜곡된 정당공천, 성숙되지 못한 시민의식 등은 아직도 지방선거를 본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하지 못하였고, 그것은 지방자치 위기의 근본적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방선거도 미디어가 정치를 주도하는 미디어 정치시대에 접어들었다. 미디어 정치시대는 미디어가 선거관련 정보의 양적 확대와 다양화, 그리고 질적 향상을 해낼 것을 요구한다. 미디어는 적어도 시대변화와 요구를 읽어내고 그에 부응하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영광신문이 어떤 방식으로 선거보도를 수행해야 하는지 중요성은 대단하다.

 

지방자치 폐단으로 정치 관심과 참여도 낮아져
지방선거에서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등 다른 선거에 비해 지역신문의 위상과 영향력이 강하게 표출된다.

지역신문은 자기 지역의 문제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정치 지리학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중앙지와 중앙방송은 그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 전국의 광역 및 기초단체의 주요 이슈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기 어렵다.

한편, 지역신문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는 선거보도의 양과 질, 그리고 그 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지역신문은 양적, 질적으로 취약하다. 지역신문의 난립과 경영의 영세성과 부실경영, 취약한 광고시장, 인력부족, 열악한 근무조건 등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선거보도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기자의 수가 매우 중요하다. 다수의 기자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선거현장에 밀착하여 취재를 하면 좀 더 심층적이고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다. 오늘날 지역신문들이 운영하는 기자의 수는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한 최소 요건들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능력부족 기자들의 전문성 결여로 기사의 질도 떨어져 공공저널리즘 같은 새로운 저널리즘 방식을 학습하고 실천하거나 건설적인 기사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선거를 다루는 신문기사는 스트레이트 뉴스와 해설, 논평, 가십 등 형식적으로는 다양성을 띤다. 그러나 다양한 정책적 이슈들을 선거의 의제로 만들지 못하고 입후보자들의 우열과 판세분석에만 신경을 쓰는 경마식 보도 방식에 빠지게 된다.

지방선거는 지역신문의 영향력이 강하게 표출
선거보도는 군민들에게 선거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군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며, 입후보자와 군민을 서로 연결하고 주요한 선거 의제를 설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정치과정 및 언론의 역할은 ▲정치환경 감시기능으로서 정치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유권자에게 알려 주는 기능 ▲정치적으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이나 논쟁점,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의제를 설정함으로써 정치적 논의의 장을 형성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역할 ▲다양한 정치인들과 이해집단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여론을 조성하는 역할 ▲정치인 또는 집권세력과 일반 대중들을 연결하여 상호 의견을 교환 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 ▲정부나 집권세력들이 정당성을 홍보하고 정책을 공개하는 권력실행의 도구로서의 역할 ▲정치현상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제소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하는 역할 ▲언론이 일반 유권자들에게 정치적으로 봉사하기 위해서 외부압력에 저항하는 역할 ▲정치적 관심이 작고 지식수준이 낮은 소외된 수용자를 위한 정치적 서비스 기능 등을 들 수 있다.

언론매체는 이처럼 선거과정에서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부정적 결과를 노출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것들로 경마저널리즘, 패거리저널리즘, 편파보도, 왜곡보도 등을 들 수 있다.

부정적 선거보도의 관행은 ▲질적인 편파 ▲부정적 캠페인의 대변인 노릇하기 ▲전략적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보도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 남발 ▲기자의 감정을 주관적으로 윤색하는 인용 ▲부정부패선거 무관심 선거 방조 ▲비과학적인 설명제공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보도 등으로 분류된다.

선거보도의 문제점으로는 ▲선거의 과열 불법을 조장 ▲가십과 스케치기사의 강조 ▲전략적 대결보도 ▲편파보도 ▲경마식보도 ▲이슈보도에 인색 ▲정당 수뇌부 중심의 보도 ▲부정주의 보도 ▲지역감정 보도 ▲선거여론조사의 부정확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경마 저널리즘은 마치 경마게임을 중계 방송하는 것처럼 언론매체들이 후보자들 사이의 우승열패 문제에만 관심을 두는 보도경향을 말한다. 여기서 정책을 비롯한 진지한 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보도방식은 정치를 오락 또는 스포츠로 전환함으로써 수용자들의 흥미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단기적인 상업적 이윤을 창출해내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패거리 저널리즘은 기자들이 후보자의 뒤를 따라 떼를 지어 몰려다니기 때문에 뉴스내용이 매체에 따라 차별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말이다. 이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들어설 시간과 공간을 제한함으로써 결국 민주주의와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고 만다.

편파왜곡 보도는 특정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다른 후보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보도함으로써 선거과정을 심하게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언론매체의 신뢰도에도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언론매체가 정치적 중립과 객관적 보도를 표방하면서도 이러한 편파왜곡 보도를 일삼음으로써 시민들의 정치의식과 정치적 판단은 혼선을 빚게 된다. 편파왜곡 보도를 막기 위한 언론사들의 반성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편파왜곡 보도 막기 위한 반성과 노력이 절실
선거보도에서 가장 기본적 요소로 꼽히는 것이 공정성 문제이다. 선거보도의 공정성이란 선거과정에서 경쟁하는 다수의 정당과 후보자들 중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공평하고 균형 잡힌 보도와 논평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워싱톤포스트의 보도기준이 제시하고 있는 공정성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요성이나 의미가 큰 사실을 생략하는 어떠한 보도도 공정하지 않다. 따라서 공정성은 완전성을 포함한다.

둘째, 중대한 사실을 희생시키고 기본적으로는 무관한 정보를 포함하는 어떠한 보도도 공정하지 않다. 따라서 공정성은 관련성을 포함한다.

셋째, 독자를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오도하거나 또는 속이기조차 하는 어떠한 보도도 공정하지 않다.

넷째, ‘거부된’ ‘불구하고’ ‘인정하다’ ‘육중한’ 등과 같은 교묘하게 가치를 떨어트리는 말들로 보도자가 자신의 편견이나 감정을 숨기는 어떠한 보도도 공정하지 않다. 따라서 보도는 겉치레보다는 솔직성을 요구한다.

한편, 선거보도와 관련하여 공정성과 중립성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성의 요구는 명백한 사실에는 적용되지 않고 논쟁적인 문제에만 해당한다. 명백한 사실을 두고 논쟁적인 문제처럼 다루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또한, 산술적 균형과는 다르다. 산술적 균형을 추구하다 보면 공정성을 헤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공정성은 또한 기계적 중립성과도 다르다. 흔히 진실을 회피하기 위하여 중립성을 표방하는 경우가 많으나 공정성은 진실을 능동적으로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중립성이란 흔히 대립하는 쌍방 사이에서 가운데 서서 어느 쪽 편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도록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중립성을 추구하면 흔히 양시양비론에 빠지게 된다. 반면 공정성이란 공명정대하게 보도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의 판결처럼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서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보도하는 것이다.

지역신문은 선거에서 지역의 관점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의제를 설정해 나갈 수 있다. 언론인들은 자신이 단순한 기자가 아니라 지역의 혁신을 위한 중심이며, 지역의 정신적 리더쉽으로 파악해야 하며, 지역 내 엘리트로서 주민들에 대한 강한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지역언론은 권력지향적 ․ 시장지향석 ․ 수익지향적 자세를 갖기보다는 인간지향적 ․ 시민지향적 ․ 공공지향적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즉 언론은 돈 벌기 위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섬기기 위한 사회적 기구로 파악하고 그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야만 한다. 선거과정에 군민의 관심사가 더욱 잘 표출될 수 있도록 하고 언론이 군민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군민과 함께 선거보도를 수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선거과정에서 언론과 언론인이 수행하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스스로 종속 변수가 아니라 선거과정과 선거문화, 그리고 정치문화를 선도하면서 다른 부문을 이끄는 독립변수임을 자각해야 한다.

6․2 지방선거에서 영광신문의 공정성을 재삼 당부한다.

류한호 교수는.
광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방분권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언론인권광주센터 대표
전 광주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장, 평생교육원장
전 한국지역사회학회 회장
전 언론개혁광주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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