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구 현 칠산문학회장 · 영광신문편집위원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강물엔 유람선이 흐르고/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원 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어/이렇 게 우리 이 강산을 위해/이렇게 우리 이 강산을 노래 부르자/아-아 우리 대 한민국/아-우리조국/아-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이는 5공화국 출범 초기에 모 가수가 불러서 히트한 “대한민국”이란 대중가요 가사다.

 70년대 말 유신 정권이 무너지고 모처럼만에 서울에도 민주화의 봄이 찾아왔다. 오랜 독재와 강권정치의 척박한 토양 위에 민주주의의 씨를 뿌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기회의 새로운 씨앗을 뿌릴 수 있는 텃밭은 치밀하고도 계획적인 군부의 재등장에 의해 장악되고, 이듬해인 80년 5월에는 그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세력들마저 탱크와 헬기 그리고 총칼을 앞세운 군부의 야욕 아래 처참히 짓밟힌 채 민주주의는 그 텃밭조차도 일구지 못하고 다시 군화 발아래 억눌리게 되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제 5공화국 정권은 탄생된 것이다. 그렇듯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정통성이 결여된 정권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국민들의 정서를 조국애, 민족애 등으로 유도하여 일방적으로 통일 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고 현실 인식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미화시킬 필요성이 절실했을 것이다. 그 필요에 따라 5공 정권은 81년에 “국풍(國風) 81”이라는 그럴싸한 주제로 여의도 광장에서 대규모 문화행사를 벌이고 국민들의 시각을 여의도로 유도했다. 그 노래잔치에서 나온 대중가요인 “우리의 서울”이란 곡은 방송과 언론까지 장악한 정권의 의도에 따라 전파를 타고 국민들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위의 노래 “대한민국”이란 곡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정권유지나 합리화용으로 만들어진 관제(棺材)가요였다. 그런 기획 자체가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것처럼 치졸한 수작에 다름 아니었다.

 그 후 민주세력들은 위의 “대한민국”이란 노래를 다음과 같이 개사(改辭)해서 운동가요로 활용하며 정권에 항거했다.

 하늘엔 유독가스 떠있고/강물엔 중금속이 흐르고/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철저히 짓밟히는 곳/......./아 아 우리 대한민국/아-공해민국/.....

 당시의 절박한 상황에서는 이 가사가 절실히 요구되기도 했겠지만 지금 듣기엔 결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내용이다.

 -영광(榮光) 영광(靈光) 대한민국을 위하여-

2000년 한일 월드컵은 3.1운동 못지않게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어낸 중대 사건이었다. 온 국민이 하나 된 그 응원을 통한 일체감 앞에 전 세계가 놀랐고 우리 자신도 놀랬다. 그리고 그 일체감은 올해 월드컵 응원전에서도 유감없이 재현되었다. 여야가 따로 없고, 남녀노소가 승리의 기원이 다르지 않았으며, 진보와 보수도 한마음이었고 좌.우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런데 월드컵이 끝나면 이념 갈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는 다시 무엇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전국적인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영광에서는 더 이상 대립과 반목의 한계를 극복하고 내일을 향해 함께 손잡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지역보다 전쟁의 상처가 깊었던 만큼 반목과 대립의 골도 깊이 패여있는 곳이 우리 영광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그 갈등구조가 전쟁 2세대들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그 상처가 번지지 않도록 당사자인 전쟁 1세대들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상처는 받는 쪽만의 아픔만이 아니라 주는 쪽의 아픔이기도 하며 동시대 모두의 아픔으로 전이(轉移)되는 것이니까.

월드컵 응원처럼 모두가 하나 되어 우리 영광이 영광(榮光)스런 영광(靈光)이 되고 대--한민국으로 그 영광(榮光)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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