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희/ 우도농악보존회

 한여름 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손에 손을 이어 잡고 마음을 엮어 강강술래를 뛰어 보면 어떨까. 영광읍 우평 마을 사람들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방문객들과 함께 강강술래 놀이를 한다.

 위엄 있고 친숙한 당산나무 옆 넓은 마당에서 달을 바라보며 달을 닮은 원을 만들어 돈다.

 김춘수시인의 <꽃>이라는 시 가운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달을 바라보며 기억하고 소원을 비니 비로소 달은 우리에게 삶의 힘을 주는 것이다.

 둥근 달처럼 곡식이며 조기며 동물이며 풍성하게 여물고 살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는 것이다.

 연꽃모양으로 가운데로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여 달을 닮은 원을 그리며 느리게 걷다가 천천히 걷고 어느새 빠르게 뛰며 발걸음에 신명을 돋운다.

 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가락은 점점 빨라지는 데 중간 중간 여러 가지 놀이를 놀게 된다.

 남생이 놀이, 고사리 꺾어 담넘기, 조기엮기, 덕석 몰기, 대문열기, 손치기 발치기등 다양한 놀이구성으로 재미지고 힘차다.

 뛰다 보면 비오듯 땀이 솟는다. 얼굴은 달빛에 번들번들하다.

 가사는 해남, 진도강강술래와는 구별되며 영광만의 풍부한 개성을 품은 예쁘고 귀한 말들이 담뿍 들어 있다.

 ‘귀뚝인가 방뚝인가 굼바 굼바가 쌀굼바 
 도구통 밑이는 문지도 펄펄 굼바 굼바가 쌀굼바’
 ‘청청청어 엮자 칠산바다에 조구나 엮자’

 ‘하늘에다 베틀 놓고 구름잡어 잉에 걸고
 참나무 버두집에 대추나무 북에다가
 얼그덩 절그덩 짜니랑께 뒷집망구 불사러와
 그 베 짜서 뭣헐랑가 우리 오빠 장개 갈 때
 등포 당포 해줄라네 그 남치기 뭣헐랑가

 우리 성님 시집올 때 가매 우게 덮어 줄라네’
 ‘달떠온다 달떠온다’로 시작하여 풍년과 풍어기원, 여성들의 사연 깊은 삶, 베짜기 노동등을 노랫말 소재로 삼고 있다.
 우평 마을 여성 소리꾼 세분이 돌아가며 매기는 소리를 들어보면 실력이 수준급이다.
 앞소리, 뒷소리로 나눠 매기고 받는 소리가 구수하고 감칠맛 난다.

 다리가 아파 뛰지 못한다며 소리꾼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뒷소리를 거들어 받아주시는 할머니는 젊은 시 절 추억을 되살려 이처럼 재미나게 놀 수 있다는 걸 큰 기쁨으로 여기신다.
젊은 이장님이 힘찬 발걸음으로 앞잽이 놀이꾼역할을 하면 뒤따르는 놀이꾼들 발걸음도 덩달아 힘이 펄펄 난다.
우평 마을에서 이처럼 영광강강술래를 전승하여 재미지게 놀게 된 계기는 우도농악보존회와 함께 하는「우평마을굿축전 치병.치유음악제-당산할아버지」라는 마을 사업 때문이다.

이번 달 마지막 주 토요일인 7월 31일 해질녁 7시에도 어김없이 행사를 한다.
 당산제와 풍물굿, 강강술래, 풍물난장 그리고 부대행사로 행복나눔 공동체밥상과 도깨비음식인 수수떡과 메밀묵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마을 분들은 마을의 전통을 살려 이어가고 있다는 데 대해 자긍심이 대단하다.

 마을 규모가 커서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처음 오신 분들에게도 어찌나 인정많고 살갑게 대하는지 방문객들은 신명과 즐거움 뿐 아니라 푸근함에 편안히 젖어든다.
무더운 여름 자녀들과 우평에 와서 풍물굿과 강강술래를 놀아보고 체험해 보길 권해 본다.
마을 분들 손에 이끌려 놀다보면 어느새 몸은 자연스레 따라가게 되고 어깨와 다리는 저절로 장단에 맞춰 들썩여지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남생이가 되어 덩실거리고 청어 한 마리가 되어 엮여 있게 되며 손치기 발치기로 신나게 땅을 구르지 않을까.
우평 도깨비할아버지등 마을에 얽힌 옛이야기를 실감나게 느껴보며 우리 음악에 빠져 보는 것도 이 긴 여름 행복한 추억 한 자락 만들기에 꽤 괜찮을 성싶다.
우평의 밭자락, 논들판에 농민들 땀과 정성이 베어 익어간다.
알맞게 내린 비와 찬란한 태양빛으로 고추는 붉고 옥수수며 참깨, 나락은 토실 토실 여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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