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自以/ 영광신문 사외 논설위원

  고속도로를 오가면서 보면 각 지자체들은 한결같이 톨게이트 부근에 대형 빌보드(광고판)를 설치하고 자기 고장의 문화와 특산물 그리고 지역 비젼 등을 디스플레이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경기 안성시의 「바우덕이 축제」,충남 홍성군의 「기업하기 좋은 고장 홍성」,전북 정읍시의「단풍미인쌀」디스플레이는 어쩐지 눈길을 끌고 수준 높은 연출을 느끼게 한다. 또한 우리 영광도 역시 서해안고속도로 나들목에 「천년의 빛 영광」이라는 표어를 디스플레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의 원래 의미는 ‘전시, 진열, 보이다, 나타내다’ 이지만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 말은 곧 ‘디지털 영상(映像) 표현’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디지털 영상은 오늘날에 와서 그만큼 광고, 홍보, 진열, 전시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점을 반증하는 용어 의미변화인 것이다. 디지털 영상 디스플레이는 이제 어느 분야에서나 도입을 머뭇거릴 수 없는 대안으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종전의 아날로그식 디스플레이는 이 시대에 이르러 더 이상 영상 디스플레이와 효력이 비교될 수 없는 퇴역 유물이 되고 만 것이며, 3D 영화의 출현과2010년 말 모든 TV 수상기의 디지털화 교체 계획은 이를 증명해 준다. 기업들이 제품 소개나 입찰 수주를 위해 영상 프리젠테이션 제작에 승부를 거는 것도, 강사(講士)들이 강의에 앞서 심혈을 기우려 영상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모두 디지털 영상 시대의 도래에 적응하는 필수선택을 한 것이다.

  모든 지자체들이 적지 않은 예산을 써가며 지역 디스플레이를 위해 힘쓰는 까닭은 자명하다. 그 효율성을 따질 때에도 더 좋은 대안이 없지만,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의 침체를 극복하고 나아가서는 기업 유치,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한 지역인구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달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통계학자가 전망한 바에 의거하면 현재의 출산율이 개선되지 않는 한 2100년에 이르면 한국 인구는 2~3백만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지구상에서 우리나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아찔한 이야기이다. 출산율 개선과 아울러 인구 증대와 경제의 활성화는 이제 모든 지역이 해결해야 할 절대 절명의 과제가 된 것이다. 공자님의 말씀처럼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 : 가까이 사는 사람은 기쁘게 하고, 먼 곳 사람은 찾아오게 한다)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국가나 지자체가 존립하지 못하게 된다.

  이제 국가나 지역 홍보는 방법면에서도 최고의 첨단 기술을 도입해야 하지만 내용면에서도 추상적인 개념 보다는 구체적이면서도 협소해지지 않도록 다양한 메시지를 선택해야 한다. 평면적이기 보다는 입체적이고, 아날로그 보다는 디지털을, 정지화상 보다는 동영상을 동원해야 한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어휘의 배열보다는 구체적이고 행동 지향적인 어휘를 구사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 환경, 특산물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발전 의지 및 비젼을 짜임새 있게 조직하여 시간차, 계절차를 두고 융통성 있게 메시지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제공되 메시지가 지자체장의 철학이나 취향에 따라 자주 변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전에 선거 공약으로 내걸어 주민들의 검증을 받거나 의미를 공유해야 하며, 주민이 참여하는 심의 절차를 거쳐 내용을 선정하고 그를 장기적으로 디스플레이 한다면 밖으로는 기업 유치 및 인구 유입의 동기가 되고 안으로는 지역민들의 의지와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예산, 기술, 인력 등의 문제는 디스플레이의 효과성, 시급성에 비추어 보아 더 이상 시행을 지연시키거나 수준을 하향 조정하는 핑계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메시지의 진실성이다. 추상적 수사나 과장된 허구는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지역 살림 곳곳에서 그 메시지들이 차질 없이 실현될 때 인구와 산업이 유치되고 지역민들은 향토애와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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