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대표 영광신문 편집위원

  몇 해 전 모 일간지에서 ‘마을기업을 세우자’는 정기석(생태마을 기획가)의 칼럼을 보고, 무릎을 탁 친 일이 있다. 그가 전하는 ‘마을기업’이란 단순한 돈벌이 기업이 아니다. ‘비록 자본주의 사회와 체제에 놓여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마을공동체를 위해, 더불어 설립하고 경영하는 지속발전가능한 사업단위체’라는 대안적인 뜻이 담겨있다.

  시류와는 좀 시각이 다른 접근법이이라 할 만하다. 요새는 지자체마다 각종 특혜를 줘가며 공장을 유치하고 실적에 따라 보험회사 실적 상여금 주듯 치하하고 독려하는 게 대세다. 돈만 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골프장이든 뭐든 모두 유치해서 잘 먹고 잘 사는 ‘특별시’를 만들고자 한다. 때로는 아예 대단위 공장지대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신념이 묻어날 정도다. 하지만 농촌일수록 창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농토와 산하를 갈아엎고 공장을 유치하는 것도 피폐한 농촌의 생존법 중 하나일 수 있겠으나, 마을마다 ‘마을기업’을 만들어 농촌과 농업에 기반한 살림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이상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마을기업’은 어떻게 가능한가. 오래가지 않아 마을도 학교도 사라지고 사람도 몇 안 남고 행정구역도 통합될 것이라는 농촌 패배주의가 만연된 지금, 과연 어떻게 마을마다 ‘마을기업’이 가능할 것인가.

  정기석의 글을 옮겨보면, ‘마을기업이란 가령, 친환경 농업기반, 농촌경영체 중심, 도․농상생 생활․생태공동체 같은 사업체다. 마땅히 자본금은 마을 공동기금,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투자금, 그리고 현금에 상응하는 온갖 현물을 종자돈으로 한다. 모자라는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은 여러가지 정부지원사업의 지원금으로 마련할 수도 있다. 사업 구조는 1차 친환경 영농, 2차 농업바이오 가공, 3차 도․농 직거래 유통, 그리고 교육, 문화, 체험 등 관련 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태적이고 유기적인 농업벤처형 농업경영체라면 유망할 것이다. 업무 조직은 농사를 잘 아는 마을 원주민 등 농민이 친환경 영농을 맡고, 기획, 관리, 마케팅, 생산가공, 정보화 등의 업무는 도시에서 그 일을 주로 하며 살아 온 귀농인이 맡아 하면 조화로울 것이다. 아울러 도․농 상생, 생태 대안, 지역 연대 등의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깔고 일하면 더욱 신명이 날 것이다.’고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마을기업’은 단순한 밥벌이를 넘어 지역주민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복원하는 마을공동체의 대안 살림법이자 장차 거대 경제질서의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사람이고 방향이다. 현재 농촌형 사회적기업이니 농촌공동체 회사니 여러 형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유행하고는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적처럼, ‘대부분의 마을개발 사업은 주민들의 주도가 아닌 정부나, 마을을 계획하고 개발하는 업자들이 주도하고 시혜하는 하향식·일방적 역학구도’라는 게 맹점이다.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한 운영주체를 잘 세워 개별영농을 통한 반복된 실패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선의의 협동을 통해 경제 너머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모델로 표본이 되고 있는 ‘마을기업’의 종류는 다양하다. 정기석이 소개하는 대표적인 경제기업, 교육기업, 생태기업을 보자. 마을농장, 마을공장, 마을가게, 지역유통, 농장마을 등은 ‘좋은 마을을 일으키는 경제기업’으로서 마을기업들이다. 마을학교, 농장학교, 지역교실, 체험마을, 교육마을 등은 ‘바른 마을을 일깨우는 교육기업’으로서 마을기업들이다. 예술단, 문화원, 공방, 조사단, 박물관 등은 ‘열린 마을을 퍼뜨리는 문화기업’으로서, 생태건축가, 대안기술자, 대안대학, 사회복지원, 연구소 등은 ‘옳은 마을을 지키는 생태기업’으로서 마을기업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관광과 조경의 대상이 아니다. 오래도록 정주해 왔던 사람, 그 사람이 사는 터전이다. 체험용이나 전시용 마을을 만들기 위해 꽃 심고 관광단지 조성하고 자본과 인력을 동원해서 마켓팅하고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마을에 사는 사람이 행복하고 더불어 어깨걸고 손맞잡고 생활하는 공동체로서 그 일차적 기능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이제 ‘마을기업’의 씨를 뿌리자. 거대한 공장유치로 마을을 없애버리는 노력보다, 오히려 마을마다 ‘마을기업’을 만들어 오래도록 살아온 터전을 지키고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일구는 편이 진보적이다. 작게 곳곳에 가능한 마을부터 추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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