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사회복지학박사 /영광신문 편집위원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와와 바알 사이에서 갈등했다. 하나님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 없는 강한 바알의 매력은 무엇인가? 바알은 물질신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농경신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일종의 상업주의 신, 또는 시장 신(market god)이다.

  대만 여행중에 대만 국립박물관에 갔었다. 특히 토기로 만든 당나라 여인상이 눈에 들어왔다. 당나라 시절의 미인은 매우 뚱뚱하고, 얼굴도 크고, 배도 약간 나온 모습이었다. 양귀비가 뚱뚱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옆의 바비 인형같이 마른 여자들은 시녀들이었다. 왜 지금은 날씬해야 미인인가? 누가 그것이 미인이라고 말했는가? 상업주의 신 때문이다. 날씬하고, 키 큰 바비인형 같은 모델이 미인이라고 열심히 상업주의 신이 외치고 다녔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났다.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에 놀랐다. 작은 회사는 상상도 못한 규모였다. 이 회사들의 목표는 이익이다.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 도산한다. 제약회사는 자연히 돈이 되는 약을 만들게 되어 있다. 인간의 복지와 건강한 삶을 추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에이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천연두 백신같이 원천적으로 병에 걸리지 않게 만드는 예방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백신을 만들면 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들은 치료제를 만든다. 그래야 죽어가는 병자가 많은 돈을 써가면서 약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을 비롯한 몇 몇 독지가들이 에이즈 치료제가 아닌 에이즈 백신 연구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업주의 신에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도전이다.

  상업주의 신에게 몸을 내맡기면 목마름이 사라지지 않는다. 순간의 만족을 위해서 영원한 만족을 포기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미국에는 지하철이 많이 없다. 자동차 회사와 정유회사의 로비때문이라고 들었다. 면도날이 1개인 면도기는 1달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면도날이 2개 되고는 보름, 3날 면도기는 10일도 사용하기 힘들다.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면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회사는 망한다. 상업주의 신은 이익을 추구하지, 복지를 추구하지 않는다. 독일의 어떤 미싱회사는 너무 튼튼하게 만들어서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돈으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이익을 위한 투자가 아닌 복지를 위한 투자를 해보자. 자신의 인생을 값있고 보배롭게 사용되도록 하자. 누구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사회에 유익을 끼치는 일을 한다는 것이 곧 연구실에서 에이즈 백신을 만드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트리가 곳곳에 등장했다. 계속되는 경제불황 속에서도 이른바 ‘성탄절 특수’의 효과를 노린 업체들의 마케팅전략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욱 화려해진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과 백화점 디스플레이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매출은 업체들의 기대와는 달리 경제한파의 영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성탄절 전야에서부터 연말연시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업체들의 마케팅전략은 매우 치열하다. 이처럼 성탄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지독한 상업주의에 물들어 가고 있다.

  과거 순수한 성탄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백화점들이 이처럼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화려한 장식을 내세운 이유는 ‘불경기 속에서의 반짝 특수’를 노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고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도, ‘성탄절 대목은 당연히 찾아오며,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성탄절 분위기를 띄움으로써 고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마케팅전략의 일환에서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이는 성탄절의 분위기를 최대한 상업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계산에서 비롯되었다. 불황 속에서도 성탄절을 계기로 무엇인가를 구매하는 계층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이들을 공략하는 것이 매출을 올리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등 고급 매장은 실질적으로 구매력을 갖춘 고객들을 대상으로 ‘분리 마케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트리 등 장식이 지난해보다 화려해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아무리 어려워도 살 사람들은 다 산다’는 생각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붙잡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결국 올 성탄절은, 백화점 등 업체들의 치열한 ‘부유층 대상 마케팅’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들은 성탄을 축하할 마음의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쓸쓸한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상업주의 신에게 굴복하지 말자. 어려움이 있을 때 춥고 힘들 때 일수록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따뜻한 연말연시를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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