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 사)한농연 전남연합회 감사

대추귀말자연학교장

  작년 말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구제역 파문이 올해 들어 재해적 성격을 띄고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한 것인지도 모른 채, 매몰 처분되어 죽어가는 소와 돼지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농심의 아픔을 누가 달래줄 수 있을까? 그 와중에 들리는 소식들은 더욱 처진 어깨를 짓누르는 소식뿐이니 정말 한치 앞도 안보이는 칠흙같은 어두움의 터널이 신묘년의 시작을 더욱 어둡게 하는 듯하다.

  그 중 한 소식은 구제역 확산을 방지하고 조기종결을 위해 온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6일 롯데마트가 미국산 LA식 갈비를 100g에 1,250원에 판매한다는 광고를 일제히 게재하면서 축산농가 뿐 아니라, 올바른 상거래를 걱정하는 도시민에게 까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뉴스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의 롯데마트 경쟁 대형마트들은 구제역으로 고통받는 우리 축산업을 위해 한우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촉진운동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오직 롯데마트 만이 얄팍한 상술로 동반성장과 상생(相生)이 화두인 사회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난 달 롯데마트는 전국한우협회로부터 한우농가가 직접 거출한 한우 자조금까지 한우 소비 촉진을 위한 판촉비용으로 지원받은 바 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얄팍한 상술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광고에서 미국 내 HACCP(위해요소 중점 관리 기준) 인증 가공공장에서 작업한 갈비를 3개월에 걸쳐 준비했다고 내세워 구제역에 시달리는 국내산 소고기에 비해 안전하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까지 엿보인다는 점이다.

  구제역 예방 시스템 미비와 초기대응 부족으로 돼지, 한우 등 국내 축산물의 5%가 넘는 100만여 마리가 살처분되어 국내 축산업은 그야 말로 붕괴직전에 놓여 있다. 아울러 지난 2007년 광우병 논란에도 제일 먼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앞장서고, 쌀가격 폭락으로 농가들이 시름하고 있을 때에도 쌀을 미끼상품으로 활용, 저가판매로 항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온 롯데마트의 얄팍한 상술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발상의 속마음은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과 남의 아픔에는 전혀 관심없는 무자비함이 도사리고 있기에 인간성의 회복 문제가 없이는 같이사는 사회를 만들고자하는 사회적 합의를 넓히는데 큰 장애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또 한 뉴스를 보니 이번 구제역파동 역시 우리들의 안전 불감증과 나 하나정도는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 도덕불감증이 원인이었다는 소식이다. 조금 있으면 설 명절이 시작되어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 될텐데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아가야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에 남의 아픔엔 눈감아버리고 나 좋고 편할 대로 행해버린다면 구제역 확산이 호남지역까지 퍼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을 텐데 이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정말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이 모든 것을 볼 때 우리사회를 지탱해온 지금까지의 도덕과 윤리의식 그리고 철학이 완전히 탈바꿈되기 전에는 우리의 미래는 여전히 불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에 애만 탄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과 ‘정직’ 그리고 ‘완전을 추구하는 정신’이 ‘남 업신여기며 우쭐거리는 거만함’과 ‘부정직’ 그리고 ‘만연해있는 대강 철저함’의 정신을 완벽하게 뜯어고쳐 새로운 출발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없음을 뼈 속까지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또한 이런 모든 일에 내가 먼저 실천하는 자원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신묘년의 새해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격동의 역사 앞에 찬바람을 맞고 선 축산농가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와 격려의 후원을 보내며, 새로운 출발이 비록 아픔으로 출발했지만 그 끝은 웃음이 활짝 핀 결과로 되돌아오길 기원한다. 그리고 그곳에 웅크리고 있는 어두움의 과거를 탈피하고 도약하는 새로운 출발이 지속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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