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원장영광신문 편집위원

 봄이 온다. 반갑다. 겨울 끝의 봄맞이가 반가운 건, 가난한 이들에게 겨울은 그 자체로 재앙인 탓이다. 지하철에서 쫓겨나 동사한 노숙자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겨울은 살림살이 변변치 않은 사람들에겐 언제나 고비용의 계절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더욱 봄을 기다렸다. 희망을 설계하기엔 봄만큼 어울리는 계절이 없기 때문이다.

 올 해 새봄맞이는 특별할 것 같다. 봄의 시작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의 희망설계사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가 영광에 온다하니 말이다.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그는, 이른바 직업이 자칭 ‘소셜 디자이너’다. 패션 디자이너나 인테리어 디자이너처럼 우리 사회를 어떻게 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까하여 소셜(사회) 디자이너라 했다니 절묘한 명명이다. 익히 알려진바, 박원순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로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를 설립했으며,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로 활동해 왔다. 현재는 시민참여형 민간연구소로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 사회혁신센터, 기후 환경 연구, 소기업 지원, 노년층 사회 지원 센터 운영 등 다양한 시민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의 상임 이사를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영광에 온단다. 영광을 사랑하는 여러 단체와 인사들의 요청과 초대로 마련된 자리라고 하니 새봄맞이 강연회로 더 이상 뜻 깊은 일이 있을 수 없다. 3월 9일 오후 10시 영빈웨딩홀에서 그가 전하는‘농촌의 가능성, 아름다운 지역공동체 만드는 비법, 풀뿌리 지역단체 운영의 방법론’은 우리지역에 건강한 신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멋진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 이제 영광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중앙과 지역이 구분될 수 없고 농촌과 도시가 차별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관과 민이 머리를 맞대고 전국의 혁신가들과 명망가들이 찾아오는 아카데미의 중심지로 영광군을 디자인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유치나 일자리 창출도 그 나름의 가치가 분명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전국 지자체 어디에서도 내놓지 않는 창조적 접근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공부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실험이다. 교육과 토론의 본래적 목표는“바람직한‘행동’의 변화”라 했다.‘지식’이나 ‘기능’의 변화가 아니라‘행동’의 변화라 한 것은, 그야말로 지역사회가 나눔과 섬김, 공생과 통합, 참여와 연대로 가는 터미널이 바로‘공부하는 공동체’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영광군을‘공부하는 공동체’의 중심지로,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아카데미의 거점으로 키워가자.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봐야 하듯이 자신이 발딛고 사는 작은 삶터와 일터부터 건강하게 가꿔가야 마침내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스스로 칸막이와 울타리를 걷어내고 타 지역과 인물과 철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더 이상 좁다란 학맥과 종친과 지역에 관계를 가두지 말고 대한민국 전체를 상대로 포효하고 포용하면서 손 내밀어 악수해야 한다.

 새봄의 시작이 설렌다. 봄꽃 만개한 거리와 산야를 상상만 해도 평화롭다. 그래서 더욱 욕심을 낸다. 봄꽃보다 더 깊은 향기를 참 좋은 뜻을 가진 ‘사람’에게서 맡고 싶다. 더불어 그윽한 봄꽃 향을 누리고 싶거든 동토 속에서 끈질기게 생명을 지켜온 흙과 뿌리의 분투를 깨달아야 하듯이, 지혜를 가진 참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거든 그들을 맞이할 문화토양과 관계의 부드러움을 간직해야 가능하다.

 영광군에도 소셜디자이너를 키울 바탕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회를 위해 먼저 희망이 되고 있는 분들의 상상력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의 풀뿌리 단체를 키우고 마을공동체를 살려내고 사람을 키울 그릇을 만들어야 영광군의 미래가 있다. 우리 더불어 소셜디지이너가 되자. 이른바, 영광희망아카데미의 출발이 그 저수지가 될 것이다. 농민과 자영업자, 공무원과 주부, 교사와 학생 모두가 ‘공부하는 공동체’의 주역이 되고 지역과 세상을 바꾸는 창조자, 소셜 디자이너가 되자. 그게 영광의 미래이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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