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프리랜서

“시사 패러디 인터넷 방송 ‘나꼼수’가 화제다. MB정권에 대해 눈치 보지 않고 까발린다. 보수쪽에서도 ‘나꼼수? 저리 비켜! 명품수다 나가신다’ 라는 인터넷 방송으로 반격에 나섰다. 보수와 진보가 벌이는 한바탕 싸움이 아니라 나라 발전을 위한 경쟁이어야 한다”

세상 따라잡기가 싶지 않다. 20세기 까지는 몇 안되는 신문이나 방송만 열심히 보고 들으면 세상사에 정통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21세기에는 기존의 언론 매체를 통한 세상읽기로는 ‘세상’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세상 돌아가는 방향을 제대로 알 수도 없다.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살다보면 뒤떨어지는 사람, 구시대 사람, 한물 간 사람 등으로 취급 받기 십상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두리’ 인사가 되고 만다.

변화를 몰고 온 것은 인터넷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상식들을 쏟아낸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는데다 책임까지 따르는 기존의 언론 매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악성 댓글(악플)이나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데 따른 부정적 기능도 물론 있지만 이보다 더 편리하고 빠른 매체는 없다. 영향력도 기존 신문이나 방송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인터넷이 세상에 미치는 위력을 처음 실감한 것은 2002년 대통령 선거다.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결집함으로써 기존 언론이 ‘대세’라고 하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무너뜨렸다. 그후 인터넷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의 자리에 올라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과 방송도 우후죽순처럼 많아졌다. 기존 신문이나 방송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나 ‘딴지일보’ 같은 인터넷 신문은 이미 어는 누구도 ‘딴지’를 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등이 진행하는 시사 패러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가 요즘 화제다. 정봉주 전민주당 의원·주진우 시사인 기자·김용민 시사평론가 등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육두문자도 서슴지 않으면서 세상사를 파헤친다. 주로 MB정권이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주제들을 가지고 두 시간 가까이 ‘까발리는’ 방송이다.

마음껏 웃고, 마음껏 까발리고, 마음껏 비판하고, 마음껏 욕하는 방송을 듣고 있노라면 후련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물론 보수 우익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못마땅하고 ‘품위 없는 저질’ 방송이다. 하지만 어쩌랴. 기존 방송의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인기가 치솟고 있으니 무시할 수도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초청에 응해 토론 했다. 비판당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는 홍 대표가 이들과 ‘맞장’을 떴다는 사실도 화제다.

지난 4월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나꼼수’는 MB정권이 막을 내릴 때 까지를 시한으로 정했다. 첫 회의 주제는 ‘BBK 총정리’였다.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언론 보도도 많이 됐지만 알쏭달쏭 하기만 한 BBK 사건을 시청자들의 손에 쥐어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왜 이명박 대통령에게 화살이 갈 수밖에 없고 ‘시한폭탄’인가를 알렸다.

방송의 주제만 들어도 재미있다. 관심과 화제를 부를 만하다. ‘한나라당의 내분’ ‘140억의 비밀’ ‘반값 등록금 문제’ ‘청계재단의 진실’ ‘6미터의 비밀’ ‘농협사태의 비밀’ ‘가카, 곽노현 그리고 안철수’ ‘가카의 아들과 박태규 리스트’ 등 주제만 들어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보수 쪽에서 가만있을 리가 없다. 보수 인터넷 신문 ‘뉴데일리’가 ‘나꼼수? 저리 비켜! 명품 수다 나가신다’ 라는 이름을 붙인 인터넷 방송을 시작 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장원재 다문화 콘텐츠협회장 등의 반격이다. 첫 회 주제는 ‘박원순은 왜 까도 또나올까’ 이었다. ‘나꼼수’처럼 막말을 해대는 품위 없는 방송이 아니라 정통 토크쇼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의 ‘맞장’이다. 보수와 진보가 벌이는 소모적 싸움이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한 경쟁 이어야 한다. 대통령과 정권을 상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는 세상-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이제야 실감 난다. ‘나꼼수’의 출현이 반가운 이유다. 이제 ‘꼼수’로 어깨에 힘주는 정치인들만 변화하면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완성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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