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영광문화원 이사

1592년 임진왜란 이후 421년이 되는 임진년을 여덟 번째 맞는 해이기에 더없이 그 의미가 큰 해일 뿐 아니라 특히 금년은 국가적 대사인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해로서 국가 운명이 좌우되는 중차대한 해이기도 하다.

임진년은 용의 해다. 용의 한자는 진“辰”이고 용(龍)과 함께 더불어 쓰이고 있다. “辰”은 일자다의“一字多意”와 다음“多音”의 한자로 그 음독(音讀)이 “진”과 “신”이다. “진”은 별의 총칭인 일월성진(日月星辰)이요 또 “진”은 12지지 가운데 다섯 번째이고 방위로는 동남방(東南方), 시각으로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동안이다. “신”은 “낳다”. 또 “때”의 의미로 생신(生辰 : 생일의 높임말), 길신(吉辰 : 좋은 시절의 뜻), 양신(良辰 : 경사스러운 날이라는 의미) 등으로 쓰인다.

무엇보다 용은 고대 중국인들이 상상하는 심령(心靈)의 동물이다. 머리에는 뿔이 있고 몸통은 뱀과 같으나 네 다리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다고 전해진다. 춘분에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에는 내려와 연못에 잠긴다고 믿었다. 용은 상서로운 존재로 인식되어 왔으며 특히 제왕(帝王)에 비유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용안(龍顔), 용상(龍床), 용루(龍淚) 등으로 군주를 비유해 사용되어 왔으며 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가르켜 용봉(龍鳳), 비룡(飛龍)이라고도 불렀다.

또한 조선 건국의 위업(6대조)을 찬송한 서사시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도 제목의 첫머리에 용비(龍飛)를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용비는 천자가 즉위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용은 만물의 조화(造化), 벽사(辟邪), 수호(守護)의 능력이 있는 동물로 여겨 인간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벽사(辟邪)는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가옥의 출입문 왼쪽에 “용(龍)”, 오른쪽에는 “호(虎)”를 대서로 써 부쳐 가정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했다.

한옥을 지을 때 대들보에도 위쪽에 “용(龍)”을, 아래쪽에는 “귀(龜)”를 큰 글씨로 써서 행운과 장수를 염원했다.

용은 사실 상상속의 동물이지만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용연(龍涎)”은 좋은 향기, “용설(龍舌)”은 맛있는 쑥떡, “용정(龍井)”은 감칠 맛 나는 차를 표현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사자성어(四字成語)에도 그런 흔적이 많다. 교훈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용두사미(龍頭蛇尾)는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처음 시작은 그럴듯 하지만 끝맺음이 시원치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학문이나 사업을 세운 목표가 시작은 바람직하지만 조금 지나서 흐지부지 끝난다는 데서 결국 성사되지 못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화룡정점(火龍點睛)은 “용을 그릴 때 맨 나중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다”는 뜻으로 중국 양나라 때의 화가 장승유가 용을 다 그린 뒤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그 용이 구름을 타고 홀연히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는 핵심적인 내용, 즉 가장 요긴한 부분을 나타내는 말이다.

또 화룡유구(畵龍類拘)라는 말도 있는데 “용을 그리려다 잘못 개그림을 그렸다”는 의미로 서투른 실패작을 이르는 말이다.

아울러 용호오복(龍護五福) 역시 용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 어진 덕을 닦음), 고종명(考終命 : 명데로 살다 편안히 죽음)”을 보호해 준다는 아주 중요한 뜻도 있다.

또한 사람들은 용꿈을 주면 길조라고 여기고 살아왔다. 이는 대길(大吉)하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인데 요즘 많은 사람들은 이런 때 로또복권을 사려고 법석들이다.

금년 흑룡의 해에는 모두가 하늘로 비상하는 용꿈을 꿔 하고져하는 모든 것들을 아쉼없이 이루는 뜻 깊은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의 위치에서 주어진 여건을 고려하면서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특히 임진년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우리에게는 가슴깊이 새겨야 할 교훈도 있다.

임진왜란의 역사적 사실(史實)을 다시 또 되돌아보며 임란당시 이율곡 선생의 10만 양병론(養兵論)을 우리 모두 되새겨 봐야겠다.

한편 우리 장병들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천안함 격침. 또 평화로운 연평도에 무자비한 포격 등의 사건을 교훈삼아 올해에는 유비무환의 국민적 안보의식을 견지하고 또 국방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겠다.

아울러 임진(壬辰)의 “임”은 북방을 의미하고 “진”은 별을 뜻한다. 한자어의 의미대로 2012년 올해에는 북방의 별이 찬연하게 떠오르듯이 일년 내내 지혜롭고 보람되고 또 뿌듯한 일만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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