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전 영광군한우협회장, 영광군유통회사(주) 이사

첨단시대에 기우제(祈雨祭)지내는 농심

삼국지의 한 대목을 보면 천지(天地), 풍운(風雲)의 조화까지도 바꾸는 당대의 지략가 제갈공명이 적군을 불로 공격하는 화공법을 사용하기 위해 천성단을 세우고 목욕재계 후 머리풀어 지성을 다한 끝에, 북서풍이 부는 동지섯달에 남동풍을 불게하여 조조군을 격파하였다는데, 옛날 이야기도 남의 나라 이야기도 아닌 듯 싶다. 가뭄이 극심한 충청남도 서산을 비롯한 일부지역에서도 농민단체들이 단군영정을 모시고 기우제를 지내고들 있다고들한다. 과학의 첨단을 걷는 21세기에 기우제라니 한심하다고 조롱거리가 되겠지만 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농민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하늘이 말라버린 것인가! 참 지독한 가뭄이다. 역사에 남을 가뭄으로 전국적으로 모내기를 절반밖에 하지못해 대 흉년으로 기근이 심했던 40여년 전인 68,69년도 가뭄때보다도 모내기철 강우량이 적은해라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지역은 5,6월 평년 강우량이 229mm인데 금년은 5.14일 20m의 비가 내리고 지금까지 비다운 비 한번 내린적 없다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지역은 불갑저수지 상승공사와 그동안 관리해 온 저수지, 보, 지하수 덕분에 해안지역에 접해있는 일부필지를 제외하고는 별 어려움 없이 모내기가 완료되었고 가뭄으로 인한 성장에도 별 지장이 없다고한다.

 

성장을 멈추고 말라가는 밭작물

이러한 결과는 수도작(쌀농사)은 국민의 주식이요,또한 남북 분단 상태의 국가적인 비축미라는 안보적인 차원에서 막대한 재정적인 지원속에 이루어진 수리시설물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역대정부의 농정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밭작물에 대하여는 지원은 물론 관심도 없거니와 오히려 흉년이 들어 무슨 작물이 좀 부족할 것 같으면 공산품을 수출하는 대가로 마구잡이로 수입하여 얼마나 많은 농민들을 실망시켰던가.

수리시설이 전무한 밭작물의 실상을 보자.

이미 수확한 양파, 마늘, 감자등은 가뭄으로 인한 성장부진으로 평년 수확량의 60~70%선을 밑돌았으며, 봄에 파종한 수박 ,고추, 참깨, 고구마등은 성장을 멈춘채 말라가고 있다.

또한 6월 초순에 파종해야할 콩을 비롯한 여타작물은 파종을 미룬채 비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적인 밭 가뭄대책은 지하수 개발이다

지난 1980~90년대는 정부에서 지하수개발에 박차를 가한 시기였다. 우리관내만 해도 전 농가당 거의 1공씩은 지원받아 수리시설이 불안전한 농지나 천수답에 시추해 금년같은 가뭄에도 물걱정없이 농사를 짓고 있다. 당시 지하수 시추대상지역은 논으로 국한되어 있어 밭에다는 시추할 수가 없었다. 2000년도를 지나면서 지하수 오염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여 지하수 용량에 따라 신고 또는 허가제로 지하수법이 입법화되면서 지하수 개발지원사업도 중단되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본사업을 다시 재개하여 금년같은 가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수리시설(관정)을 확보하여 농촌의 노령화, 여성화, 영세화에 대처하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안전한 우리 먹거리 공급의 토양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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