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전 영광군합우협회장, 영광군유통회사(주) 이사

아픈몸이 숙명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농촌여성들

40년만이라는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고 태풍이 지나갔지만 다행히도 우리 지역은 별 피해가 없어 가뭄 속에 땀 흘리어 가꾸었던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난 것을 보니, 금년에도 풍년의 징조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예단해본다.

요즘 농촌의 변화된 풍속도를 보면 여성들은 장날도 아니건만 새벽같이 밥을 지어먹고 첫차를 타고 읍에 나간다. 사연인즉 하나같이 마늘, 양파 수확하고 비온 뒤 빈 땅에 이작물, 저작물 파종(이식)하고 밭을 매다 이제는 고추따야하니, 어제 오늘이 아닌 오래전부터 아픈 무릎, 허리, 어깨, 침 맞고, 뜸뜨고, 물리치료 받으려 병원에 간다고들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지역 뿐이겠는가. 농사 특히 밭농사를 짓는 전국의모든 여성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그 주된 원인은 남성들이 주로 하는 논농사는 7,80년대 산업화 이후 경운, 이앙, 방제, 수확 등 모든 작업이 비약적인 농기계의 발전으로 거의 기계화되었지만 여성들의 몫인 밭농사는 경운을 제외한 파종, 제초, 수확 등을 아직도 쪼그리고 무릎세워하는 작업들이라 무릎, 허리, 어깨에 무리가 생겨 성할 리 없건만 중년여성은 물론 7~80대 할머니까지도 그 아픔이 숙명이라 생각하고 삼복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낮에는 아픈 몸 이겨내고 땀 흘리며 일하고 밤에는 진통제 먹고, 파스 붙여가며 새벽같이 일어나 일속에 묻혀 하루하루를 기계적인 반복 속에 살아가는 것이 농촌여성들의 현실 돼버린지 오래다.

밭농사 기계화의 열악한 여건들

논농사에 비하여 밭농사 기계화가 뒤처진 원인들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약해보면

첫째, 농가의 85%이상이 0.3ha(900평)이하의 소농규모로 가족 노동력으로 경작할 수 있기 때문에 농기계 구매력이 떨어지고

둘째, 밭경리정리율이 낮아 필지별 규모가 작고 경사도가 심하여 기계화 기반이 매우 취약하며

셋째, 밭농업은 작물수가 많고 기후와 지형이 다양해 경운하는 트랙타를 제외한 나머지 기종은 매우 다양한 반면 수요가 소량이어 농기계를 생산하는 기업체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구, 개발, 생산에 소극적인 실정이다.

밭작물 기계화로 건강한 농촌을 만들어야한다.

밭작물기계화에 이러한 어려움이 있다고 하여 포기할 것인가, 지금 농촌의 고령화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60세 이상 농업인구가 60%가 넘어선지 오래전의 일이고 향후 10년이면 노동력으로 밭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를 염려하고 있다. 혹자는 한, 중 FTA체결이 목전에 둔 시점에 공산품 팔아 싼 중국산 농산물 수입해 먹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중국도 산업화가 한창이고 인구는 우리나라의 30배나 되는 13억 4천만 명이란다. 그들의 소득이 증가되고 식생활이 향상될 때 그 많은 인구가 먹고 남아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우리에게 현재와 같이 싼값에 팔 것이며 우주를 날며 첨단과학에 진일보하여 대국이라고 자부하는 중국이 우리의 공산품을 계속 수입만 할 것인가. 불을 보듯 뻔 한 내일을 예측한다면 정부에서는 두류, 채소, 양념 등 전 국민의 건강식품인 밭농업에 대하여 지역별, 단지별로 조직화하고 농기계 임대사업을 활성화 하는 등 농기계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필요에 맞는 농기계를 생산토록 생산업체에 지원해 보급함으로서 우리 밭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업인들이 건강하게 소중한 꿈을 키워 나갈 때만이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도 지속적으로 제공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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