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대표

공직사회와 그다지 친근성이 없는 필자가 공무원 얘기를 꺼내는 건 새삼스럽다. 다만 요새 본의 아니게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자주 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바가 많다. 공무원 스스로의 판단과 주민의 편견과는 달리, 강의 때마다 필자는 공무원이 지닌 긍정적 ‘힘’에 대해 실감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역동성과 상상력이 세상의 변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체감할 수 있어서다. 오죽하면 사무관 공무원 한 명이 시민단체 하나보다도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질 않는가. 강의 중에 다소 불쾌하고 불편한 화두로 거칠게 질타하는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공무원들이 눈빛으로 공감하고 메일과 전화로 정책적 아이디어를 묻고 현장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모색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신명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주로 강의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무원 교육원 등의 요청으로 이루어지는데, 공직사회 경험이 전무하고 공무원의 생리와 문화에 문외한인 필자로선 ‘팔자에 없’는 소중한 체험이라 할 만하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공무활동가인 공무원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나 현안들을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하거나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안내하고, 주민들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강화시키는데, 그 역할의 본령이 있다. 주민들이 가진 역동성을 거들어주고 주선하면서 지역사회 변화의 주체로 세워내는 어미닭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바른 방향으로 안내한다는 것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보편적인 공동선을 향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주민들의 생각을 모으고 주민들을 움직이게 하는 공공리더, 그것이 바로 공무원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참여가 자발성을 갖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운다는 신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주민들로부터 의견을 모으고, 반대의견을 존중하고 그 의견의 긍정성을 찾는 역발상이 필수적이다.

이른바, 3무(無) 공무원이라는 냉소가 있다. 주민들이 무슨 일을 도모하려고 해도 ‘법령이 없다, 예산이 없다, 전례가 없다’ 하면서, 결국 문턱을 높이고 새로운 시도나 활동자체를 봉쇄하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다보면, 민간인이 때로 의회를 찾아가고 단체장을 직접 만나 정치적으로 타협점을 찾는 일이 생기곤 한다. 일례로 어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재래시장에 협동조합 형식의 ‘마을기업’ 입점을 준비하던 주민에게 공무원은 재래시장 관련 여러 가지 법규와 예산상의 어려움을 적시하며 ‘불가’입장을 통보한다.

특히 동종업계 시장상인들의 민원발생이 우려된다며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어렵다는 하소연까지 한다. 그런데 ‘불가’입장을 꼼꼼하게 정리한 그 공무원이 바로 며칠 뒤 ‘허가’ 입장을 ‘다시 더 꼼꼼하게’ 정리해서 재통보를 하게 된다. 재래시장 활성화와 사회적기업 육성조례 등 여러 법령을 동원하고, 갖가지 기대효과까지 적시해서 말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단체장의 지시 혹은 질타를 받은 까닭이다.

이럴 땐 주민입장에선 도무지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전국 지자체의 화두가 되고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혹은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에 대한 작은 이해와 공부만 있었다면, 공무원이 나서서 추진해야 했을 일이고, 공무원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적’이기도 했을 일이다.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지만, 역설적으로 공무활동가의 손가락 하나에 얼마나 많은 권한이 부여돼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사례라 할 만 하다.

모두 다 윗선 탓을 하지만, 공무원 한 명 한 명 각자의 소임에서 해결 할 수 있는 위임된 권한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를 반증해 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공무활동가는 세상의 변화를 가능케 하는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정치적 환경과 조직의 특성과 문화를 이유로 권한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여전히 세상은 극단적인 경쟁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다. 비정규직이 850만 명에 이르고, 청년실업이 1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시대에 국가가 정년을 보장하면서 공무원들에게 공무노동을 맡긴 이유는 정치적 외풍에 휩싸이지 않고 세상의 불합리를 공정하게 바꿔가면서 시대변화의 중심에서 역동적인 활동가로 새로운 사회를 개척해 가라는 요청이 아닐까?

그렇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무원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특별한 힘이고 희망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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