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공동체 대표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이후 여러 지자체가 분주하다. 특히 도시지역에서 적극적이다. 협동조합을 기회와 변화의 동력으로 인식하고 서둘러 협동조합 세미나와 아카데미를 개최하면서 협동조합 르네상스 시대의 활동가들을 키워내고 있다. 깨어있는 자치단체는 직제개편을 통해 협동조합 주무부서를 만드는 등 협동조합 대표도시를 향한 꾸준한 준비를 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익히 알려졌지만, 협동조합 기본법은 올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물론 지금도 농협, 수협 같은 기존의 협동조합이 있지만, 각각 특별법에 의거해 그 협동조합 하나 만들기가 쉽지 않다. 농협 하나를 만들려면 수 백 명이 모여서 수십억을 출자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협동조합 기본법에서는 그런 것을 전부 배제하고 출자금 하한선 제한 없이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 법인을 만들 수가 있고, 그 법인의 이름으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가 있다.

현재 주식회사를 만들려면 자본금이 몇 천 만원이 있어야 하지만, 협동조합은 그런 제약도 없다. 또한 주식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절대적 목적이기에 출자를 많이 한 대주주가 의사결정권을 지배할 수 있는 1원 1표식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출자금액과 상관없이 조합원들이 무조건 한 표씩만 행사하는 1인 1표 체제다. 그래서다. 협동조합은 민주적 운영이 가능하다. 동시에 공익적 활동이 원칙이다. 이런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재단법인들이 영위하는 경제활동을 보통 ‘사회적경제’라고 부른다.

유럽의 통계를 보면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회적경제’가 전체 경제 중에 8~15%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이 가장 커서 약 15%,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대략 8%이다. 유럽 국가들이 사회적경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사회적경제에서 활동하는 법인들은 전적으로 이윤추구 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여러 원칙이 있는데 그 중에 지역사회 기여의 원칙이 있다. 경제활동을 해서 이윤을 남기면 조합원들이 나눠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일정부분은 지역사회에 환원을 한다.

또한 근처의 협동조합과 협동을 해서 뭔가 지역발전에 의미 있는 일들을 하게끔 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이다. 이른바 협동조합 간 협동조합이다. 고용이나 일자리 창출을 넘어 지역사회 발전과 관련 있는 여러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 장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등의 반복된 시장경제의 위기 속에서 수많은 기업도산과 실업이 있었지만, 뿌리깊은 나무처럼 흔들리지 않은 기업이 바로 협동조합이었다는 사실도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농촌지역에 현재 교통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농촌지역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령인구 65세 이상은 차를 소유한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인구수가 줄면서 버스회사들이 노선을 많이 줄였다. 읍내와 좀 떨어진 지역의 경우 과거에는 하루에 버스가 네다섯 대 정도 왔었지만, 현재는 두 번 정도 온다. 거기다가 바로 읍내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을 거쳐서 오랜 시간 걸려 읍내에 도착한다. 군청은 현재까지도 버스회사에 자금 지원을 한다. 하지만 적자가 늘어난다.

계속 세금으로 메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문제의 실상을 살펴보면 시골에 다니는 버스의 크기는 대부분 45인승 큰 버스이다. 또한 노선 역시 한번 정하면 손님이 있든 없든 계속 돌아야 된다. 적자가 나고 계속 보조금을 넣을 수가 없으니 차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취약계층은 여전히 고생의 악순환이다. 그러므로 이 45인승 버스를 20인승 소형버스로 줄이고, 노선 역시 고정된 노선이 아니라 수요를 파악하여 노선 변경을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있다.

이런 시스템을 공무원들이 주도하여 버스회사에 강요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민간 버스업자들이 하기에도 어렵다. 적자는 면하겠지만 돈을 벌기도 역시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가능하다. 한 면에 수 백 가구가 있으므로 버스문제 해결하자고 민의를 모아 가구별로 몇 만원씩 모으고,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좀 받아 조그마한 버스를 마련할 수 있다. 버스 운용할 때는 소정의 요금을 받아 그것으로 운전기사 한 명을 고용할 수가 있다. 협동조합이라면 이런 형태의 운용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협동조합은 농촌에서 할 일이 참 많다. 자주와 자립과 공생 그리고 자발성과 민주성의 터전이 될 협동조합, 공공경제와 시장경제의 실패를 넘어 새로운 대안경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늦었지만 이제라도 영광군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협동조합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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