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채/ 영광군농민회장

12월 19일 대한민국과 한국 농업의 명운을 건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5년 한국 농업은 비명과 아우성에 몸서리치는 고단한 세월이었고 미래의 좌표를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어둠의 시대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의 한축인 한우를 위시한 축산업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 파동의 와중에서 결국 무릎을 꿇고 급기야 2012년 축산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최대 위기 앞에 맨몸으로 서있다. 2003년 노무현-재벌 총수간의 삼계탕 회동에서 시작된 한·미FTA가 2012년 3월 발효되면서 우리 농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농업 자본가 집단의 탐욕을 실현 시킬 좋은 먹잇감으로 방치되고 있다. 여기에 한·중 FTA 체결로 완전한 몰락을 도모하겠다는 이명박 집단의 농업을 향한 패악 질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 농업 몰락의 시나리오에 맞서 농업계는 그간 주요 곡물, 채소, 과일, 한우를 국가가 직접 수매하는 농업 정책의 대전환점이 될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입법 청원과 함께 범농업계의 중지를 모와 대선 후보들에게 핵심 공약으로 채택 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농축산물 문제의 최대 과제인 가격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함으로서 전면 개방의 맨 앞에 서 있는 농업의 맨살에 두터운 국민 농업의 옷을 입히자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물론 야권의 유력 후보들조차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지금껏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 불투명한 입장을 갖고 있는 야권 후보들의 한·중 FTA의 대선 쟁점화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기회주의적인 행태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 정책의 핵심인 가격 문제를 비켜선 곁가지를 붙잡고 농업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다를 바 없다. 국민과 생산자인 농민에게 국가수매제의 본질을 이해시키고 대선 과정에서 농업 분야 최대 쟁점으로 이를 부각시키는 후보의 경쟁력은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농산물 가격 문제는 농민층의 일반적 투표 형태를 무너뜨릴 폭발력을 갖고 있으며 나아가 국민 농업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리는 농업 정책 혁명의 중심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도토리 키 재기식 농업 관련 공약 경쟁은 역동적인 대선 공간의 특성상 농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만약 야권 단일 후보가 이런 핵심 의제를 공약과 현실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한국 농업의 종언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쌀 자급률이 80%대로 곤두박질치고 이미 급격하게 허물어지고 있는 축산업의 현재를 감안 할 때 한국 농업은 향후 10년 이내에 북·미 자유무역협정으로 궤멸된 멕시코 농업의 수순을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인 국경을 넘어 자신의 모국을 떠나고 있는 멕시코 농민들의 현실이 한국 농업의 미래가 될 것이다. 생존과 몰락의 선택은 농민들의 손을 떠난 지 이미 오래다. 국가 주요 산업을 떠받치는 농업, 소비와 욕망의 폭주 기관차인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넘어 선 새로운 가치의 원천이 농업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없는 국가 설계는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단순한 정권교체는 말 그대로 권력의 교체에 불과하다. 기득권 집단의 역할 바꾸기로 새로운 대한민국은 탄생하지 않는다. 진보적 가치와 연대가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체제로의 중심 이동이 진정한 정권 교체의 실체인 것이다.

불과 한 달여를 앞두고 있는 대선, 농민의 손을 이미 떠나버린 한국 농업의 운명을 저들의 손에 쥐어 주는 농민들의 절박함이 결코 헛되지 않기를 소망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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