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희/ 하누리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2012년 1월 1일 새해 첫 태양을 바라보며 한해 동안 이루고 싶은 꿈과 할 일들을 계획하고 다짐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달력이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연말 연시가 되면 화려한 트리가 반짝이고 거리엔 캐롤송이 울려 퍼지며 가족, 친구, 동료, 연인들과 송년회 파티를 하기도 한다.

또한 복지관이나 자원봉사단체에서는 후원자의 밤이나 바자회를 열어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하고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을 모으기도 한다. 그리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재롱잔치나 학예회를 통해 부모님들에게 1년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자랑하기도 한다. 내 자녀가 어떤 순서에 나오는지..., 잘하는 지 실수하는 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주의 깊게 바라보시며 카메라에 자녀의 모습을 담는 부모님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사라지질 않는다.

그 얼굴에 더 큰 웃음을 안겨준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00초등학교 학예회에 하누리장애인주간보호센터 가족들이 특별출연을 하여 ‘난타’를 선보인 것이다. 물론 중간 중간 실수도 있었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부모님들과 학교 선생님들에게 ‘앵콜’까지 받을 정도로 너무너무 인기가 좋았다. 작년에 이어 두 번 째 특별공연 인데 어디에 초대받을 정도로 좋은 실력도 아니고 무대 의상도 갖추어져 있지 않지만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시고 잘한다. 멋지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2년동안 00초등학교와 하누리장애인주간보호센터가 서로 왕래하며 얼굴을 익히고 서로 만나고 인사하다보니 처음의 어색함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어느새 한 가족처럼 정이 많이 들어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아쉬운 그런 사이가 되어버렸다.

학생들도 “장애인들이 난타 연습을 열심히 한 것 같다.” “같은 국악을 공유해서 좋았고 시설에 또 가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웃어줘서 좋았고 보답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장애인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바로 살아있는 교육이자 모두가 바라고 외치는 통합교육의 첫 발이 아닐까 싶다.

통합교육은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한 교실에서 같이 공부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아동들이 삶의 한 부분으로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장애인을 잘 이해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접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학생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없이 무조건 같은 공간에 둔 채 놀림거리와 따돌림으로 제2의 상처를 또 얹어 주는 것이 무슨 통합교육인가...

얼마 전 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초.중.고 학생 929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 12%가 “장애학생을 놀리거나 따돌린 적 있다”고 답했고 62.5%는 “장애 아동을 친구로 사귈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장애 학생들은 괴롭힘을 당해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거나 교사나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피해 상황이 훨씬 심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학교에서 장애 학생이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통합 교육은 크게 확대된 반면, 장애 학생을 돌보고 가르치는 시스템은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학생에게 장애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수용적인 태도를 형성할 수 있는 이해교육이 선행 되어야 하며 통합교육은 그 다음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장애는 숨기고 드러내면 안되는 부끄러운 것으로 느끼게 만들고 장애인은 그저 동정과 보호의 대상, 격리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성’이든 ‘장애인’이든 잘못된 인식을 갖기 전에 정확한 사실을 알게 해야 하는데 왠지 건강하지 않고 건전하지 않다는 잘못된 통념으로 쉬쉬하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당당하게 드러내고 당당하게 설명해야 한다.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시킬 경우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장애인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올바르게 형성될 수 있다고 한다.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라고 말하니 꽤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장애아동과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 다른 모습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 자세를 갖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원봉사 시간 채워 오라고 무턱대고 봉사활동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선생님이 함께 자원봉사를 하며 장애인을 존중하는 모습의 본을 보여준다면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난 아동기 아이들은 그대로 배우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그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이 되어서도 장애인은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배려할 것이며 나눔, 존중과 협력 등 건강한 가치관이 대물림 되어 우리나라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재정 지원이 열악한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이 재능을 살려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살려 ‘재능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시간 정도라도 짬을 내어 춤이나 노래, 악기, 요가, 에어로빅, 배드민턴, 탁구, 그리기, 만들기 등 좋은 기술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함께 나누고 가르쳐 준다면 물질적인 후원보다도 더 값진 선물이 되지 않을까? 배우는 그 시간 자체만으로 우리 장애인들은 무척이나 행복해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지역 축제에 장애인이 공연을 하거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팀을 이루어 공연을 한다면 모두의 마음에 따뜻한 감동이 밀려와 행복지수가 상승할 것 같다.

장애인은 더 이상 무능력한 존재가 아닌 꿈을 향해 도전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훌륭한 멘토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