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원장

마침내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바야흐로 박근혜 대통령 시대다. 개표 방송을 보면서 밤새 한 숨을 못잤다. 이번 대선은 이명박 정부의 파국적 국가대란을 평가하는 ‘심판 투표’여야 한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고백하건대, 난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상상조차 못했다. 제 아무리 포장하고 위장해서 변장술을 부려도 저 위대한 평민들은 결코 휘둘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용산참사에서 보듯 도시빈민들 목숨을 헌신짝 대하듯 하고, 쌍용자동차에서 보듯 노동자 쫓아내기를 침 뱉듯 한 정권에 당연히 호된 회초리를 들 줄 알았다. 취임하자마자 국민들에게 촛불을 들게 하고, 시청 앞 광장에 명박산성을 쌓아 공권력으로 행패 부리던 불통정권, 무리한 검찰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 몬 정치보복 정권, 세금감면으로 부자들 편을 들고, 서민들은 가계부채로 벼랑끝까지 밀어낸 경제 실패 양극화 정권, 애먼 4대강 공사로 국토생태계를 난도질한 토건공화국이자 농업 농민 농촌을 천시하여 농촌공동체를 붕괴직전에 이르게 한 막무가내 정권, 그런 정권을 연장시켜 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국민들을 모두 다 부자로 만들어 준다던 747공약(경제성장 7%, 4만불 국민소득, 세계 7위 경제강국)은 사기에 불과했질 않는가. ‘고소영’ ‘강부자’란 말로 우스개가 된 내각구성과 인사편향, ‘만사형통’이란 신조어가 생길만큼 가족들과 측근을 둘러싼 고질적인 부패비리, ‘내곡동 사태’와 ‘민간인 사찰’로 대표되는 퇴행적 권위주의와 인권유린 등 이루 말로 다 정리 불가능한 온갖 파행을 국민들은 어느 새 다 잊어버렸단 말인가.

그러나 어쩌랴. 이 또한 국민들의 선택인 것을. 대의제 민주주의, 그 선거라는 게 항상 합리적 결과만을 내놓는 게 아니니 유구무언일 뿐이다. 근본적인 패인은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 했던 진보개혁 세력이, 이명박 정권의 적나라한 실정과 타락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민심을 감동시키지 못한 무능력에 있질 않겠는가. 알고 보면 단순하다. 나라를 망쳐가면서도 정권연장을 ‘준비’한 사람들은 이겼고, 그들과 싸우면서도 정권교체 준비에 ‘무능’했던 사람들은 졌다. 그런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이 태어난 셈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 시대는 희망적인가.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선언한 박근혜 정부가 과연 공약대로 시장독재를 타파할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향하여 단 한 뼘이라도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 말 그대로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안착시키는 ‘시대교체’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구체제 기득권 세력, 즉 재벌-경제관료-조중동 언론의 3각 동맹과 거리를 둬야만 가능한 시대교체를, 과연 박근혜 정부가 자신의 존재기반과 대결하면서까지 이뤄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난 여전히 의심이 많다.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내 건 새누리당 공약이 마치 이명박의 ‘747공약’처럼 헛구호가 되면 이 땅의 평민들은 또 어쩌란 말이냐.

‘복지’ 영역만 봐도 그렇다. 선거 전에는 복지확대를 약속하고서도 혹시나 국회의 다수를 점하는 새누리당이 '재정 건전성'을 들어 이리저리 꼼수를 두지 말란 법이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지확대와 관련된 공약을 엄수해야 한다. 서민들에 대한 복지는 동시에 단기 침체를 극복할 원동력인 까닭이다. 국민들이 복지의 힘을 피부로 느낄 때 법을 바꿔야 하는 정책들도 해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모쪼록 박근혜 대통령 시대의 성공을 희망한다. 박근혜가 좋아서가 아니다. 단언컨대, 친일과 반공, 유신과 군사정권의 후예이자 독재자의 딸 박근혜의 당선은 내겐 분명 치욕이다. 나 뿐 아니다. 적어도 스스로를 5.18과 6월 항쟁의 후예라 자처하는 사람들에겐 분명 자기 역사에 대한 모욕이다. 그렇다 해도 국민의 뜻은 뜻이다. 그래서다. 앞으로 5년,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고, 틈만 보이면 물어뜯고 말 것이다. 박근혜의 실패는 또 다시 지난 5년의 학정을 견디라는 얘기이고, 저자거리 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또 다시 피눈물 흘리라는 만행일테니 어쩌겠는가. 이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진심담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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