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영광신문 편집위원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자살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처럼 직장을 잃은 것도 아닌데 잇따라 그렇게 목숨을 내려놓았다. 취업준비생의 70~80%가 공무원을 목표로 시험준비를 하고 있을 만큼 이미 우리사회의 ‘선망’의 대상이 된 공무원들, 그 공무원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것도 공무원에 임용된 지 이제 겨우 1년에서 3년 밖에 안 된 엘리트들이 말이다. 왜 그랬을까. 제 아무리 살인적인 노동 현장이라 할지라도 격무 탓에 목숨을 끊다니, 일부 국민들 사이에선 상식적으로 납득이 쉽지 않은 일일 게다. 그래서다.

사회복지 공무 현장 속에서 벌어지는 파국적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저 뭇 생명들의 참담한 죽음의 의미를 단 한 가닥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짐작컨대, 죽기 전에 이미 죽을 만큼 괴로워했을 테고 자존감 박탈과 소진으로 정신의 바닥을 헤매었을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진입한 공직사회, 그러나 사회복지사들은 그 공직사회의 벼랑에 밀려 온통 서류에 쫓기고 민원에 린치 당하며 혹독한 일상을 겨우 견뎌내고 있었을 터이다.

사회복지사는 복지확장 시대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장 서러운 아웃사이더였던 셈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처럼 ‘구조적으로 예견된 죽음’이다. 이 구조를 설계하고 용인하고 방치했던 사회, 그래서 일종의 ‘사회적 타살’이란 것이다.

대안은 지극히 단순하다. 사람을 늘리고 전달 체계를 바꾸고 그에 맞는 재정을 투입하면 된다. 2007년부터 5년간 복지재정 정책은 10배가 넘는 45%, 복지 대상자는 35배가 넘는 157.6%나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4.4% 증가에 그치고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수가 1만 4000여명으로 전체 공무원(98만명) 규모에 비교하면 너무나 부끄러운 수치인 것이다. 이에 비해 복지예산(103조원)은 국가 전체 예산(342조원)의 3분의 1 가까울 정도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13개 정부부처, 292개 복지업무가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집중되고 있다. 업무과다로 인한 사고가 구조적으로 예견된 일임을 알 수 있는 통계이다. ‘깔대기 행정, 깔대기 인생’이란 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서대문구 등 일부 지자체 사례를 홍보하는 데만 열 올리고 있다. 그런 식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 현장을 몰아세운다고 바뀌는 게 아닌 까닭이다. 중앙정부는 과감하게 독자적인 형태의 공공복지 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각종 복지정책은 앞으로 더욱 확대되고 복지예산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적정한 수준의 혜택을 나눠줄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이 있어야 한다. 늘어나는 업무를 기존 조직에 떠맡기는 주먹구구 복지행정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복지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집행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인력과 조직을 갖춰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역마다 고용청을 만들어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처럼 복지도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지방공무원인 복지직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국가가 직접 고급 인력을 대폭 선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복지 업무를 전달하는 읍·면·동 단위의 ‘보건복지 사무소’를 보건소처럼 체계화해야 한다.

지방정부도 할 일이 많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아웃사이더이다. 사무관 한 명 없는 게 현실이다. 승진과 보상에서 타 직렬에 비해 차별적 우대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대체로 공직사회에서 사회복지사의 전문직 업무에 대한 대․내외적 인식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우선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을 복지부서의 수장이 되게 해야 한다. 사회복지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기획과 처방이 가능하도록 권한을 나눠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복지 업무는 서류행정으로만 해결할 수 없고,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여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휴먼서비스이자 감정노동이기에 더욱 그렇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제에 영광군은 사회복지직 공무원에 대한 승진과 보상체계에 있어서 합리적인 예우안을 만들고, 나아가 공무원보다 더 열악한 민간 영역의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근무환경과 처우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기울이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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