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채/ 영광군농민회장

대한민국 농업 개방의 백미인 한·미 FTA에 이은 한·중FTA를 정점으로 이미 빛바랜 구호가 되어버린 민족 농업의 마지막 빗장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지고 있다.

1%미만의 경제 성장이 10년간 지속되는 일본식 장기 불황의 조짐이 현실화 되는 이른바 성장 시대의 종언을 맞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현재(2013년 경제 성장률 2% 중반으로 예측)를 낡은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권력인 박근혜 정부와 재벌 집단의 굳건한 조합으로 헤쳐 가기엔 매우 버거운 현실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수순 밟기에 돌입하고 있는 저들의 입장에서 한·중 FTA는 서둘러 실행해야 할 조기 국정 과제에 불과한 문제일 뿐이다.

이명박 정권이 지워 버린 농업 정책의 백지 위에 기업농 육성, 수출 농업 진흥이라는 재탕 삼탕의 실패로 점철된 신자유주의 농정의 그림을 그려 갈 박근혜 정부하에서 한·중FTA는 자본에 철저히 편입된 한국 농업의 미래, 사람인 농민은 사라지고, 거대 기업농이 농업 생산을 관장하는 그들만의 새로운 미래와 대기업 재벌 집단의 막대한 이윤을 보장하는 매력적인 통과 의례일 뿐이다.

이에 반해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 장벽을 눈앞에 둔 한국 농업 진영의 단결력 약화와 이미 도를 넘어 버린 정치·행정 세력에 의한 농민 예속화, 동부 그룹 농업 침탈 과정에서 보여준 농협중앙회의 무기력한 대응은 위기중의 위기라 아니 할 수 없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인 농민 중심 성을 잃어버린 안일함과 집단 이기주의로 자신들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애써 부인 하는, 안쓰러운 모습만 남아 있는 황량한 현실이다. 끊임없이, 안락한 자신들의 성채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누구로부터도 위로 받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의 고단한 현실을 보듬고 함께하는 참된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모두의 삶을 지키고, 자신이 속한 조직의 영속성을 보장 하는 유일한 길이다.

현 시기 범농업계는 모두가 합심하여 반드시 실현해야 할 선결적 과제로 개방 농정에 맞설 최고 수준의 대안인 기초 농산물 국가 수매제 현실화에 있다. 주요 품목인 쌀 생산량의 3분의1, 기타 15개 품목(콩, 고추, 양파, 대파, 배추, 한우 등)의 2분의1을 정부가 수매하는, 농업 정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방식의 새로운 정책 실현을 위해 범농업계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WTO 규정 위반, 예산확보의 어려움, 기존 보조금 축소 논리는 이미 토론과 입법 검토 과정에서 충분한 대안이 마련되었고, 국회 차원의 토론회와 법제처의 입법 취지 및 절차적 정당성 검토 과정에서 확인된 긍정적 결론을 종합하면 범농업계의 의지와 국민적 동의를 거쳐 얼마든지 현실화 할 수 있는 정책임이 분명해 보인다. 작게는 영광에서부터 지역 경제의 핵심축인 농업 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평가 받고 있는 기초 농산물 국가 수매제 관철을 위한 영광군 추진 본부(가칭) 결성이 매우 필요한 시기다.

영광 지역농협과 농관련 단체와의 간담회에서 합의한 추진 본부는 농업 진영의 힘만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다. 국가 차원의 합리적인 농축산물 수급 조절 정책이 될 기초 농산물 국가 수매제는 농민에게 소득 안정을 보장하고, 적절한 가격의 농축산물을 정부와 시장이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서 소비자들의 가계비용을 크게 줄이고 보다 향상된 품질의 먹을거리를 구매 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정견과 생각의 차이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의 교두보가 될 기초 농산물 국가 수매제 실현에 영광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참이 꼭 필요한 이유다. 추진 본부를 중심으로 농업과 지역의 미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아름다운 연대로 하나 되는 지역 공동체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훌륭한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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