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영광세무회계사

“이것 좀 드셔보세요, 영광 특산품 모싯잎 송편입니다.”, “하이고, 이렇게 귀한 것을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우리 영광사람들은 어디를 갈 때 빈손으로 가기가 조금 낯부끄러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나 역시 뼈속까지 영광사람이라 특히 외지에 갈 때 그냥가기 보다는 가능하면 선물하기 참 좋은 모싯잎송편을 주로 들고 다닌다. 주는 사람은 크게 부담없고 받는 사람은 크게 기뻐하는 특산품이 있는 고장에 산다는 것 자체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말이다. 두손으로 건내는 모싯잎 송편에 고마움을 격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오히려 고맙고 또 행복해 진다.

기쁜 표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단순히 고마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고맙다는 말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고마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본디부터 표현에 조금 약한 것 뿐이다. 하지만 고맙다고 얘기를 못하는 사람은 본인의 감정을 상대가 잘못 읽을 수 있게 되어 않좋은 상황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성격상 또는 표현력이 약하여 고마움을 표현 못하는 사람이라도 비록 힘들지만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횟수를 늘리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잘못된 오해가 생길 소지도 예방할 수 있고 자신이 고맙다고 내뱉은 말이 더욱 뇌에 각인되어 행복한 감정을 상대와 함께 느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사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비결일까? 미움과 분노를 조절함으로써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화를 내야될 상황이라면 화를 내고 푸는 것이 사람들로부터 오해는 사더라도 오히려 더 정신건강에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화를 내면 조절이 되지 않고 실수하여 개운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는 조절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움과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있는 것일까?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혜민스님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혜민스님은 상대를 이해함으로써 미움과 화가 사라지고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며 이런 예를 들었다. 다섯살된 어린 아이에게 엄마가 화장실에서 목욕을 하라고 했다. 아이는 엄마가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발을 먼저 담가봤다. 물은 이미 식어 있었다. 아이는 엄마가 들어와서 따뜻한 물을 부어주고 자신을 씻겨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엄마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는 결국 저 혼자서 씻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에 대한 미움을 쌓은체로 말이다. 이 작은 사건 하나로 아이는 자라나면서 엄마에 대하여 미운 감정을 갖고 살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엄마는 거동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고 돌볼 사람은 마침 자신밖에 없었다. 엄마를 처음 목욕시켜 드리는 날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평생 자신을 씻겨주고 돌봐준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엄마 역시 자신의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서 자신의 아이에게도 사랑을 줄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이다. 엄마를 이해한 아이는 그간 쌓여왔던 엄마에 대한 미움이 사라졌고 마음이 평온해지고 미안함과 동시에 행복감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상대에 대한 이해 없이 생긴 미움과 분노는 우리의 긴 삶을 어둡고 무겁게 할 수 있다. 때문에 상대가 나를 대하는 말이나 행동이 불만족스럽다고 하여 미워하고 분노하기보다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미움과 분노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절제된 미움과 분노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오늘도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삶을 시작하였다. 비록, 주변의 환경이 열악하여 고마움을 느낄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 나는 잘해보려하는데 사람들이 나로하여금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나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하여 당연시하기보다는 감사하고 상대에게 신세를 진다면 그 사실에 대해 고마워하자. 또, 상대를 미워하고 상대에 대하여 분노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사정 때문에 그리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미움과 분노를 조절해 보자.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어제보다 더 행복 가득한 오늘의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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