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명숙/ 염산초등학교 교감

어느새 교직 경력이 25년째가 되었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을 맞이하면서 스승의 날 받았 가장 값진 선물이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 사실 교사시절 스승의 날이 되면 늘 무거운 마음이었다. ‘스승의 날이 없어져야 한다. 아니다. 스승의 날을 없애는 것은 너무하고, 2월로 옮겨져야 한다.’ 등 참으로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난 교사경력 18년 동안 2년을 제외한 16년을 면 이하의 시골학교에서 근무하였다. 그래서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언론 매체에서 떠드는 것처럼 아이들이나 학부모에게서 과한 선물을 받았다기보다는 교사인 내가 아이들에게 챙겨주었던 선물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작은 선물이어도 그것마저도 부담스러울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러던 어느 해 스승의 날 받은 멋진 선물을 지금도 있을 수 없다.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르면서 맞이해 주었다. 칠판 가득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00) 선생님! 사랑해요.(00) 우리 선생님 멋쟁이!(00) 등으로 채워져 있고 교탁에는 선물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늘은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였다.

얘들아, 선물 고마워! 그런데 얘들아, 혹시 선생님은 어떤 선물을 가장 좋아할까 생각해본 사람 있어요?” 갑작스런 나의 질문에 아이들은 조용했다.

오늘은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선생님은 어떤 선물을 좋아할까요?.”

뭔데요. 비싼 것인가요?”

아니!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비싼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여러분을 가르칠 때 선생님과 눈 마주치기를 하면서 선생님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것이에요. 내가 가르칠 때 우리선생님 정말 잘 가르치는구나! 하면서 존경하는 눈빛으로 봐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그러니까 설령 내가 조금 잘 못 가르치더라도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면 내가 더욱 신이 나서 너희들을 가르칠 수 있으니 가장 신나는 선물이 아니겠어요? 앞으로 여러분 모두 선생님이 좋아하는 선물을 줄 수가 있을까요.”

~.” 대답 소리는 컸지만 과연 누가 내게 그런 소중한 선물을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 이후 시간부터 정말 많은 아이들이 내게 눈 맞추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일기장을 펼쳐 든 순간 난 울컥했다. 일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목 : 선생님과 눈 맞추기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모두들 선생님께 드릴 선물은 무엇을 가져왔는지 자랑을 하는데 난 아무런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 중략 -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무엇인지를 말씀해 주셨다. 나도 그 선물은 드릴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부끄러웠지만 용기를 내어 계속 쳐다보았다. 선생님이 나의 마음을 읽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그런데 정말 선생님은 나의 마음을 아셨는지 나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 같았다. 난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생님께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을 드릴 것이다.

난 늘 말이 없던 경림이가 준 선물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그 후 경림이는 발표도 곧잘 하였고 공부도 열심히 해주었다. 열악한 전남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 많은 교사들은 바로 이런 선물에 감동하고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학부모님들께서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선생님들께 진정으로 가장 멋진 선물을 주었으면 한다. 조금 부족하고, 조금 서운해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서 선생님을 믿어주는 그런 선물, 그럼 전남교육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더불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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