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전국 지자체에서는 고향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홍보서한문이나 지역관광명소를 안내하는 책자들로 가득하다. 특히 이번 여름휴가는 경제 불안과 예측하기 힘든 장마전선으로 예년보다는 여름휴가 특수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사방의 자연은 신록의 봄을 지나 녹음이 우거진 완연한 여름으로 들어선 것 같다. 장마가 한바탕 지나야 본격적인 여름이 되겠지만 그래도 벌써 무더위의 기세가 느껴진다. 이맘 때 쯤 이면 슬슬 방학이다 휴가다 하여 집 떠날 채비나 궁리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음에 여유가 없거나 형편이 여의치 않은 사람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여름 한철만이라도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오랜만에 자연을 찾아 떠나서 건강하게 에너지와 영감을 얻고 휴식과 치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광이나 여행을 통해 편하게 쉬고 놀고 오자면 아무래도 잘 알려지고 검증된 관광지나 명승지가 제격이고, 먹고 자는 문제도 리조트나 전문 관광시설이 편리하겠지만 또 나름의 창의적인 여름휴가를 시도해 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농촌은 하나의 대안으로 좋은 관광지가 될 수 있다. 경탄을 자아내는 대자연이나 깜짝 놀랄만한 스펙터클한 이벤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농촌은 나름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청정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농촌으로의 관광에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체험이 중요하며 그 핵심에는 역시 문화가 있다. 이는 문화재나 문화행사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총체적인 장소성과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성을 체험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지역의 입장에서는 마을도 알리고 소득도 창출하니 농촌관광의 증가는 환영할 만한 일이며 직접 관광업 종사자에게는 이 여름이 성수기로 특히 큰 힘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마을마다 생태마을이니 테마마을이니 하여 이름도 짓고 방문자센터도 만들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 여름축제까지 열심히 준비를 한다. 관광관련 교육도 받고 적극적으로 가이드나 해설사로 나서기도 한다. 각종 미디어들도 농촌으로의 휴가나 여행을 권하는 안내가 심심치 않게 나와서 여느 유명 예능프로처럼 대박은 아니더라도 홍보의 덕을 보는 경우도 있다.

출발하면서 대형마트부터 들러 그득그득 트렁크를 채워 올 거면 뭐 하러 농촌으로 오는가. 가벼운 마음과 텅 빈 가방으로 와서 현지에서 쇼핑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추억도 된다. 오일장이나 재래시장은 물론 읍면마다 있는 지역마트도 무척 훌륭하다. 북적거리는 관광지 식당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이 동네 사람들 잘 가는 맛집을 추천받아 가면 뜻밖의 보석 같은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바닷가 휴양지의 번잡스러움과 요금에 시달리느니 조금 떨어진 어촌 마을은 훨씬 정겹다. 익숙하지도 않은 해산물을 억척스레 깎느라 프로들과의 흥정에 피곤해 하지 말고 마을 주민들 먹으려고 가져온 해산물을 나누어 달라고 청하는 게 낫다.

그러나 농촌은 또한 큰 기대를 하고 찾거나 의례히 집안 식구 맞듯이 했다가 서로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을 하기도 쉽다. 애초부터 농촌이 관광을 목적으로 생긴 곳은 아니니 손님을 맞이하기에는 마을마다 편차도 있고, 체험 프로그램은 전문성이나 숙련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각종 시설은 전문적인 관리가 안 되면 아무래도 다소 엉성할 수도 있고 주민들 모두 능수능란한 관광요원으로 변신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끔은 외지인들을 향한 까닭모를 적대감이나 퉁명스러움에 당혹스러울 때도 있고, 방문자의 무례함에 피해의식으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다.

그래서 농촌을 잘 즐기려면 주민이나 관광객이나 조금은 더 세심한 준비와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농촌으로의 여행은 일반 대중관광과는 달리 마을과 주민으로부터의 총체적 체험에서 오는 심리적, 감성적 요인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서로 간 학습도 되고 자극도 될 수 있다. 농촌에서의 관광은 규모나 시스템보다는 호의와 환대에 만족도가 크게 좌우하니 주민들도 자연스런 일상에 잠시 각별한 정성을 더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억지로 손님을 맞고 억지로 즐거운 척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열고 주민은 손님을 마을의 친구로 만들어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방문객은 고향 가는 마음으로 찾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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