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기/ 문학춘추작가 회원

아침 일찍 산책 나가는데 혼잡스러운 도시교통 길가에 빨간 옷차림으로 길 잃은 아이처럼 혼자 서 있기에 빠른 걸음으로 가서 보호해주려고 가까이 가니 안녕하세요!’ 또렷한 큰 목소리로 도려 나에게 인사를 다부지게 한다.

어찌나 귀엽던지 어어히하고 등을 다독여주면서 어디 가니?’ 하고 물으니 유치원이요더욱 야무지게 대답한다. ‘그래 혼자 갈 수 있니?’ ‘너무도 어린아이의 자신 있는 대답이다. 그 순간 나는 인사예절을 가르친 유치원 선생님 또 유치원에 가고 오는 길을 알 수 있게 알려준 부모님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어린이들의 성장한 지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마운 유치원 선생님의 교육모습이 궁금해 보고 싶어 가던 산책을 접고 그 어린이 뒤를 따라 유치원 입구에 이르렀다. 문 앞을 내달리며 반가운 선생님과 다정한 친구들과 서로 만나 아침인사를 나누면서 재잘거리며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귀여운 꿈나무들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았다. 건전하고 씩씩하게 어서 자라 밝은 미래 사회를 개척해야할 어린 새싹들의 활기찬 모습에 나또한 기분에 활기가 넘친다. 흐뭇한 미소로 즐거운 그들의 희망의 미래를 생각해보면서 여유로운 힘찬 발길을 서원 근린공원 체육 장으로 향하였다.

삼사십 여명이 곳곳을 산책하고 있는가 하면 맨손체조, 기계체조를 열심히들 하고 있다. 자기 나름의 건강과 체력 관리를 위하는 중년층과 노년들이 대부분이고 너무도 열성적인 기를 쓰며 운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원 트랙을 돌고 있는 모습에 나도 그 대열에 끼어서 한 바퀴 두 바퀴 느리고 빠르게 지치도록 트랙 따라 돌았다.

온몸에 땀이 나고 숨이 찬다. 끝으로 숨쉬기 운동을 마치고 층층계단을 천천히 올라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쉬었다. 얼마 거리가 안 되는 공원길 가운데 느러처저 무겁게 보이는 어스름한 옷차림으로 구부린 허리에 지팡이를 의지하는 시력장애인처럼 더듬더듬 한발 두발 힘겹게 무거운 발걸음으로 어디를 가는지 너무도 초라하고 불쌍하게 보인다. 조금 있으니 말쑥한 남년 젊은 한 쌍이 노인 뒤 멀리에서 활기차게 걸어 따라와 아무런 관심 없이 힘없어 넘어질 듯 조심스런 노인 옆을 칼바람처럼 차게 스쳐가는 젊은 청춘. 더욱 경쾌한 빠른 걸음으로 손잡고 빠른 걸음으로 노인 앞을 힘차게 속속 지나가고 나니 다음에 오는 사람도 그다음에 오는 사람도 계속 십여 명이 같은 모습으로 힘겨워 한쪽 길에 지팡이 집고서있는 노인을 장애물처럼 여기고 자랑스럽게 발길내치며 스쳐 비껴 지나가버린다.

노인의 발걸음은 더욱 지쳐 갈수록 무겁게만 늘어진다. 얼마나 힘겨운지 휴우~ 한숨과 함께 지팡이를 멈춰 집고 앞에 가고 있는 젊은이들 걸음 모습을 초조하게 멍하니 쳐다보고 서있다. 젊음이 부러운 생각에 늙음이 원망스럽고 지난 젊은 시절이 그리워지는 듯싶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한참을 서있는 노인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지친 얼굴표정으로 귀찮은 듯 힐금 쳐다보며 노인정에 갑니다음성 높은 거친 말대답이다. ‘여기서 얼마나 되는 거린데요?’ 다시 한 번 친절하게 물었다. 그재서야 말동무라도 생겨 반가운지 얼굴에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꺼내는데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벤치에서 보고 생각했던 불쌍한 노인이 아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교통사고 원인과 노화로 부자유스럽게 된 육체와는 정반대로 정신력은 젊은이에 못지않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허리와 다리가 불편해서 가까이에 있는 벤치에 둘이 앉았다. 나보다 세 살 많은 팔십 이세 할머니다.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사범학교를 졸업, 그 당시 인기 최고였던 여교사로 광주 수창국민학교에서 근무했다는 얼굴에 미모와 학식이 풍부한 덕을 갖춘 분이시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본 생각만으로 인격 판단하는 것은 큰 잘못임에 고개가 갸우뚱 흔들어 끄덕여진다. 나는 조금 전에 유치원에서 보았던 젊은 현직선생님 생각이 떠올랐다. 흘러간 팔십 여년 세월에 거동이 불편하게 된 늙은 선생님들 밑에 오늘의 유치원 선생님들이 계시고 또 유치원생들이 자라서 앞날에 선생님들이 될 것이다며 그분의 공훈을 격려해 드리면서 수십 년 전의 추억담긴 고등학교 시절에 여러 가지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저쪽 모퉁이가 노인정이니 시간 있으시면 거기 같이 가서 더 놀다 가라는 것이다. 나는 즐겁게 입담 좋은 그 노인 선생님을 부측이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성원상떼빌아파트 노인정에 따라 들어갔다. 여러 회원들이 일어서며 회장님 이제 오십니까? 왜 늦으셨습니까?’ 인사에 답하고 할머니들 방으로 들어가면서 나를 할아버지들 방으로 인도해준다. 들어보니 지금도 그 불편한 몸으로 하루도 안 빠지고 노인대학 교실에 인기 강사로 활동하신다고 한다.

장애자의 몸으로 한평생을 교육자로 사시는 그분이 더욱 존경스럽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여러 노인들이 둘러앉아 신문 보며 정치,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농사 이야기를 하는 시골 노인정과 다른 점이다. 모두가 깨끗한 소파석이다. 한자리에서 총무님과 인사를 나누니 회장님을 소개해주신다. 세 사람이 한 대 앉아 도시 노인정과 시골 노인정에 다른 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 노인정의 회원 수는 40, 매월 회비 삼천원과 복지 지원금과 아파트 단지의 후원으로 냉난방과 매일 무료 점심을 먹고 공원 산책과 운동 그리고 년 2회 관광음악교실과 노인 대학을 다니면서 그저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도시출향으로 회원 수가 적은 농촌 마을의 노인정은 복지 지원금으로 난방비, 물리치료기, TV, 에어컨, 노래방기 등 시원한 모정시설이 잘되어 있어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고 혼자 아니면 늙은 두 부부가 농사일에 종사하다가 지쳐 아프면 여기 저기 한방 침과 병원 찾아다니며 물리치료를 받고 일할 수 없는 비오는 날이나 농한기에 춥고 눈 덮인 겨울철이나 모여앉아 오순도순 아들딸들 걱정하며 한해를 보내고 또 한해를 그렇게 보낸다. 주위 환경과 실제 생활은 다르지만 인생 황혼기의 육체적, 심리적 외로운 고통을 달래며 남은 여생 자식들의 행복만을 빌면서 별다른 큰 복심 없이 그저 편한 운명의 날을 기다리는 농촌과 도시의 장수 노인들의 바람은 대동소이하다.

우리나라 현 노인 복지 정책은 과거에 비하면 상상외로 잘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미흡점도 많다. 미흡점은 우리 사회가 하루속히 찾아서 고쳐나가면 좋겠다. 장수하는 노인들의 육체고통과 심리고통을 없애고 영원한 생을 누릴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순리로 생각하며 온갖 고통을 참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유치원은 미래의 희망을 바라는 교육기관이고 그들이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앞서 길러주는 곳이다. 새삼 유치원 생활의 올바른 교육이 절실히 느껴진다.

여든 살 노인이 나무를 심는 것은 오직 후손들을 위하는 마음의 희망인 것이다. 평생 동안 얻은 좋은 경험과 안 좋은 경험을 후손들이 귀감 삼께 하는 것 또한 노인들의 희망이다. 그 다른 좋은 지혜와 희망도 노인들에게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역사는 언제나 바른길을 바르게 가는 정도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이 옳고 그른 길은 멀리 걸어온 사람들 노인들이 더 많이 알고 있다. 옳고 그른 길의 나침반이 되어 죽을 때까지 후세들을 위하는 값진 씨알이 되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노인들의 존엄성을 다시 한 번 우리 젊은이들이 깊이 생각해보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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