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여느때와 같이 아침 산책길에 나섰다. 다른날 아침보다는 삼십여분 늦었지만 그래도 버릇이 늦추어질까봐 염려속에서도 집밖을 나서 항상 그 코스대로 갔다. 가는 길은 항상 넓은 길을 따라가고 오는길에 화장실이 있는 길을 택해 화장실도 들릴 겸 그렇게 코스를 정해서 가고오곤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의 코스는 역으로 바꿀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도로길을 따라 가다보니 화장실쪽에 가로등이며, 화장실 안의 불빛이 유난히도 밝게 켜져 아침길을 밝히고 있었다. 시간대로 봐서는 불을 켜고 화장실을 들어서야 하는 때가 아니었다. 별 수 없이 그쪽으로 발길을 돌려 화장실안의 인기척을 확인하고 스위치를 눌러보았다. 여자 화장실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이었다. 스위치를 내려 보고 혹시라도 사람이 있을까봐 밖으로 나와 잠깐 동안 기다려보았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꺼도 되겠구나 싶어 그대로 산책길을 올랐다.

조금 더 가면 또 한곳의 화장실이 있다. 이게 웬일일까 오늘따라 아침길이 늦었는데도 저쪽의 화장실에도 불빛이 켜져 있는것을, 또 그쪽으로 향했다 요번에는 다행히도 남자화장실이어서 자신만만하게 헛기침만 두어번 울리고 불을 껐다. 역시 반응은 없었다.

밤새 두 곳에서 필요없이 전력이 소모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지나갔다.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전력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와 각종 대책이 난무하더니 그래도 우리지역에선 그런 현실감이 없이 여름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우리지역이 그렇다고 전력을 함부로 소모해서는 안될일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2년전 정전사태보다 적은 숫자의 발전소로 여름을 나야한다고 생각한다. 안전문제로 가동을 중단할 발전서도 있는데다가 새로짓는 발전소들도 전기를 생산하려면 2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철저히 대비한다해도 전력공급에 차질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발전소를 가까이 두고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을 잘알면서도 우리는 전력을 아끼는데는 별로 관심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내 집의 전등이 아니면 꺼져있든 켜져있든 관심 없이 사는건 사실이지만 단 몇 분이라도 정전사태가 일어나면 난리법석을 떠는게 또 사실이 아닌가

사실 10여년전만해도 우리나라 전력 공급시스템은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했다. 최신기술과 설비 덕택으로 국민들은 지난 20여년간 정전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고 대규모 정전사태를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전력을 아끼려는 습관자체가 형성되지 않아서 걱정이란 것이다. 에너지 자원은 모두 수입하는 나라에서 전기소모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풍덩풍덩 켜서 누리고는 끄고 나가는 문화가 익숙 되어있지 않으니 밤새 화장실에서 수많은 시간동안 필요 없이 전기가 흐를수 밖에 없었지 않은가

한사람이 사용하고 끄지 않고 나가면 인적이 드문 화장실에서 그 누가 꺼줄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지금 문화강대국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한류가 급속히 세계적으로 퍼져 한국의 문화라면 무조건이라는 과대평가까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밖에서는 그렇다지만 안으로는 아껴 쓰고 절약하는 생활문화까지도 세계에서 자랑 할만한 문화로 바꾸어 나간다면 머지않아 문화 강국까지를 이루어 나가지 않을까 내일 아침 산책길에는 어느 한곳의 화장실에도 끄지 않아 밤새 저 혼자서 심심하게 졸고 있는 불빛이 새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돌아드는 길은 괜스레 착한일을 한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그런 기분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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