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대표살림꾼

필자가 여민동락공동체 대표살림꾼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광주 광산구노인복지관 관장을 겸한지 벌써 26개월이 넘었다.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영광과 광산구를 넘나들면서 참 배운바가 크다. 특히 광산구에서의 경험과 관계는 여민동락 활동에 다양한 상상력을 보태면서 귀한 훈련이 되고 있다. 덕분에 여민동락은 농촌형 공동체로 소박하고 우직하게 제 길을 바르게 가고 있고, 더불어 (광산구노인복지관 새 이름)은 농도복합형 공동체, 마을중심 복지관으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 요새는 복지관을 넘어 주로 광주복지재단 설립과 기초지자체 차원의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 창립, 광역단위 노년유니온과 사회복지유니온 결성 같은 지역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활동이 바로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이다. 지자체 출연없이 시민기부금으로 기본재산 32천만을 모았고, 법정 이사 외에 100인의 참여이사를 모집해 법인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돈부터 자유롭게 해야 복지가 정치의 볼모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 세대와 직능을 총괄하는 주민 배심원단 성격의 참여이사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아래 느리고 어려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의 설립취지는 단순하다. 국가의 하청수행기관으로써의 복지가 아니라 마을 안에서 스스로 살리고 서로 살리고 나아가 세상을 살리는 공동체복지를 펼쳐가겠다는 뜻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분배시스템만으로는 공동체가 건강해질 수 없다. 그래서다. 자주적인 개개인이 나눔을 통해 스스로 인격적 관계를 강화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른바 마을중심 공동체복지가 투게더광산의 이상이다.

공공복지의 중심인 행정(광산구청과 동 주민자치센터)과 지역복지 설계를 위한 법정 조직인 지역사회복지협의체(지사협)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상호보완하고, 이에 주민들의 나눔문화, 십시일반 협동을 기반으로 주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광산형 복지모델, 대안적 공동체복지 모델의 새로운 완성이 바로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의 궁극적 지향이다. 한국의 사회복지 총지출액은 GDP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개국 평균의 절반 이하다. 독일과 덴마크에 견주면 1/3 수준으로 꼴찌 바로 다음이다. 이미 빈곤층은 3백만 가구, 7백만명에 달한다. 사실상 백수 400만 명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인 800만 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미 국가복지의 확대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국민들의 절박한 생존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렇듯 국가복지의 확대와 재정투입 확장은 필수적 과제다.

그러나 투게더광산은 한 발 더 나아가 복지의 근본과 본령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경제성장이 멈추거나 국가의 파산에도 견딜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는,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복지사회, 이른바 공동체복지인 까닭이다. 투게더광산은 40만 광산구 주민의 복지공동체 실현을 위한 민간과 행정의 복지연대와 주민참여 복지그물망 구축을 지향한다.

그래서 우애와 협동의 공동체를 재건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가복지와 공동체복지는 서로 대립된 개념이 아니다. 명확한 것은 국가복지는 본래 마을이 가지고 있는 복지 자연력, 즉 스스로 돕고 나누는 상부상조의 지역공동체를 강화하는 지원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환란 등의 어떤 위기가 닥쳐도 서로 도우며 지역사회 스스로 사회안전망을 이루고 살 수 있는 지역공동체가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풀뿌리 마을을 거점으로 주민 스스로 자립과 연대를 통해 인격적 관계를 살려가는 공동체복지의 길이다. 이는 협동조합과 다양한 마을기업, 공제조합, 사회적기업 등과 같은 공동체경제(사회적경제)와 하나가 되어야 마땅하다.

21세기는 더 이상 경제성장의 시대가 아니다. 제로성장, 마이너스 성장, 이른바 탈성장의 시대로 진입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미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20세기 산업사회와 경제성장 신화 시대의 재정투입 방식은 이제 낡았다. 불가능하다. 탈성장 시대의 복지전략이 간절한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물론이고 여러 지자체와 복지활동가들이 새로운 시대의 복지전략, 시스템이 아니라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통한 복지지향, 복지국가를 넘어 복지사회 건설의 단초가 될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의 활동에 주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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