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윤/ 서울송파구 잠실본동

노인의 날은 경로효친 사상의 미풍양속을 확산시키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각종 기념일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1997년 제정한 법정기념일(102)이다. 1999년까지는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였으나, 정부 행사의 민간 이양 방침에 따라 2000년부터는 노인 관련 단체의 자율행사로 개최된다.

2000년의 경우, 전국노인복지단체협의회의 주관 아래 500여 명의 노인과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기념식을 가진 뒤, 연예인 위문공연 및 위안잔치를 겸한 '전국노인가족체육대회'를 개최하는 등 순수 노인축제로 치러졌다.

이날에는 또 평소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사회와 이웃에 헌신하는 한편, 노인복지를 위해 힘써온 노인·단체를 대상으로 훈장·포장 및 대통령·국무총리·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여한다. 뿐만 아니라 그해 100세가 되는 노인들에게 명아주로 만든 전통 지팡이인 청려장(靑藜杖)을 증정, 통일신라시대 이후 80세가 넘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왕이 하사하던 전통을 이어 국민들에게 경로효친 사상을 불어넣는다. 그밖의 행사로, 노인 문화공연, 미니마라톤 대회, 어르신 모델 선발대회, 효도 큰잔치 등이 열린다.

반면 노인의 날을 맞이했으나 아내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다. 이중 한 일화를 소개한다. 노인은 젊었을 때는 힘써 일했고 열심히 살았지만 이제는 몸조차 가눌 길 없게 된 노인은 아들이 셋이 있었다.

모두 분가해서 누구도 아버지를 모시려 하지 않았다. 노인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자신을 거부하는 자식들이 밉기도 했으나 별 도리가 없었다.

노인은 어느 날 목수를 찾아가 튼튼한 궤짝과 자물쇠를 하나 샀다. 노인은 그 궤짝에 깨진 유리조각을 가득 채운 다음 집으로 가져와 자물쇠를 단단히 채웠다.

가뭄에 콩나듯 아들들이 아버지 집을 찾아가는 날이면 아버지께서 벽장 속에 숨겨둔 궤짝을 보게 됐다. 아들들이 그 궤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노인은 깜짝 놀라 두 손을 내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궁금해진 아들들은 아버지가 없는 틈을 보아 그 궤짝을 손으로 밀어보았지만 궤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렵게 궤짝을 흔들어 보니 안에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그들은 그것이 틀림없는 금은보화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건 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산이 틀림없어이렇게 생각한 아들들은 아버지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아들들은 서로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다퉜고, 그 후 노인은 큰 걱정 없이 아들들의 보살핌으로 노후를 편히 보냈다. 마침내 노인이 명을 다하고 세상을 하직하게 됐다. 장례식을 마친 아들들은 큰 기대를 갖고 궤짝을 열어봤다.

 그러나 아들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 속에는 깨진 유리조각만 가득 들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이 아닌 궤짝 밑바닥에 쪽지가 하나 나왔는데 그 쪽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진실로 이르노니, 정성껏 네 부모를 공경하여라.”

 요즘 부모님을 모시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래서 더러는 양로원이다. 무슨 기도원이다. 하고 부모를 그런 쪽으로 보내는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바쁜 도시생활에서 부모 봉양하기가 보통 일이 아닌 것은 알지만 부모가 가진 것이 없으면 자식들한테도 냉대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재산이라도 갖고 있으면 그 재산을 내려 받기 위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부모님에게 억지 효도를 하는 경우를 본다.

 이제 노인들도 살아 생전에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 한다. 유산을 물려 준 그 시간부터 이미 부모와 자식간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생기고 기대할 것 없는 부모님을 잘 모시러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하는 얘기는 이미 고전이 됐다. 부모님이 금은보화의 궤짝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부모는 부모다. 혹시라도 부모님을 모시지 못한 자식들이 있다면 이 기회에서 깊이 반성하고 부모님을 찾아뵙는 효도하는 날들이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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