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만들어낸 성공의 축제를 보고

정형택/ 영광문화원장

 

연년이 섰던 이 자리

비켜가는 임이지만

행여 돌아설까

다시 또 섰습니다

 

 못오실 줄 알면서도

기다리는 이 마음

한사날 피로 젖다

제풀에 죽습니다.

 

위의 시처럼 기다림에 지친 상사화는 제풀에 죽고 그 자리엔 생생하던 꽃대가 가을비에 시달리고 가을바람에 메말라서 처절한 모습으로 삭정이 굴러다니듯 널부러져있다.

찬란함도 한순간임을 잘 말해주고 있는 상사화 군락지엔 때를 놓친 사람들이 지금도 이따금씩 삼삼오오 찾아오고 있다. 기다림에 지쳐 다 사그라진 현장에서 지나간 9월 중순을 떠올려 본다. 민족의 대명절과 겹친 이번 상사화 만개시에는 찾아드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금년이 14번째로 개최된 상사화축제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는 후문은 누구 한사람 부정이 없었던 것은 주최측의 치밀한 계획과 진행에도 있었겠지만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기가막힌 연출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도 가물던 날씨였지만 상사화 개화시기가 다가오자 그 시기에 딱 맞추어 적당한 비를 내려주더니 1차로 꽃을 피게 하고는 며칠을 사이에 두고 다시 한번 비를 내려주니 첫 비에 못다핀 꽃대가 다시 올라오고…….

이렇게 적당한 비가 2-3차례 거듭 내리더니 급기야 상사화는 온 산천을 뒤덮고 말았다. 드디어 핏빛 반란의 현장을 만들어 누구라도 하여금 멋진 시 한구절을 떠올리게 했었다. 거기다가 꽃의 아름다움을 더욱 살려내기 위해서 거리 음악회는 이 가을을 색과 빛으로 채색하고 있었다. 색소폰 동호회에서 펼치는 음악회에서는 간간히 여행객들의 노래와 함께 시낭송도 흘러나오고 있으니 어디서 이런 축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인가

꽃숲속의 시화전에선 인터넷 백일장에 관심을 가진 관람객들이 전시된 상사화 작품들을 읽으며 메모해가는 모습들은 진지하기만 했다.

그 어느때 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체험학습의 부스마다에서 열심히 그리고, 쓰고, 찍고, 만들며, 한때를 가족들과 보내고 있는 모습 또한 일품이었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잔디밭에서 적은 돈으로 맛있는 향토음식들을 먹을 수 있게 계획된 일들은 이번 축제를 더욱 빛나게 했다고 생각한다.

내고향 사람들이 내고향 음식 맛으로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도 아름다웠다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장사니 만큼 이익금은 생겼고 그 이익금은 다시 우리지역의 아름다운 곳에 씌여질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는 축제의 효과는 더욱 빛나고 있다.

휴일도 아니, 황금같은 연휴도 반납하고 평일보다도 더 빨리 축제장으로 나와 밤 늦게까지 교통지도와 미화활동까지도 지도하고 있는 우리군 공무원의 자세는 모범적이었다. 필자가 보아도 성공적인 대목들이 너무도 많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은 모습을 보고 축제 추진위에서 조금이나마 같은 뜻을 펼쳤던 나로서는 기분 좋은 얘기여서 더더욱 자랑하고 싶어졌다.

이제 성숙된 군민의식이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어서 비단 축제뿐만이 아니라 작고 큰 얘기들이지만 우리지역이 점점 성숙된 군민의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은 확연할 일이다.

이 가을 예서제서 크고 작은 행사들로 연일 모두가 바쁘다. 바쁜 시간 속에서 조금만 더 서로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는 마음을 십분 더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도 꺼내어 본다.

서로 만나지 못하고 아쉬움으로 떠났지만 내년의 상사화를 기약하여 더 아름다운 만남과 기다림의 희망으로 더 좋은 내일을 기다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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