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영광군자원봉사센터

연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재충전을 하고 싶은 것은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의 희망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문구가 우리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가 않다.

그래서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서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한 선진문화제도 연수를 실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봉사 관리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봉사센터 중에서는 일찍부터 문을 열어 십여 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 많아서 내가 선발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선진문화제도 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행운이 내게도 주어지기를 은근히 바랬다. 그런데 놀랍게도 행운의 여신이 나의 손을 잡아주어 제1회 해외선진연수대상자에 선정되었다.

해외연수대상 지역은 대만과 홍콩 이었다. 연수단은 전국에서 경기 4, 경남·충북 각 2, 세종·강원·전북·전남·충남 각 1명이 선정되어 총 13명으로 구성되었다. 자원봉사관리자들의 사전연수교육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서 2회에 걸쳐 이루어졌다. 출발 전 사전연수 교육을 통해 이번 해외선진 연수의 키워드는 사회적 기업과 자원봉사 마을 만들기 사례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45일을 함께 할 연수대상자들과 미리 상호 인사와 팀 구성을 통해 친교를 다지고 사전에 팀별로 미션을 정하기도 하고 국내의 자원봉사 마을 만들기의 좋은 사례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을 직접 답사하기도 했다.

드디어 826일 인천공항을 떠나 대만 공항에 도착했다. 대만에서 제일 먼저 견학을 한 곳은 국립고궁박물관이었다. 세계4대 박물관중의 하나로 자국의 문화재로만 이루어진 유일한 박물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그 혼란스러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화재를 옮길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며 이렇게 대량의 문화재를 가져올 수 있었는지 보면 볼수록 궁금했다. 문화와 문화재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를 일찍이 인식한 장개석같은 훌륭한 인물이 있었기에 비록 전쟁에 지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쓰러지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힘을 지니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장개석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얼마나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 지도자가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주관 없이 서구적 세계관에 전도되어 그들이 강요한 문명개화의 속도전이 가져다준 장밋빛 환상에 젖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그릇된 물신풍조와 속도전 숭배로 얼마나 많은 귀중한 문화유산을 망가뜨려왔고 지금도 우리의 문화와 문화재들을 홀대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우리가 진정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자 한다면 우리민족의 저력을 북돋아줄 우리문화와 문화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킬 수 있는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문화와 문화재, 지도자에에 대해 다시금 재조명해보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대북시 사림구 명산리( 臺北市 士林區 名山里 : 타이페이시 쓰린구 밍샨리 ) 구민활동센터를 견학했다. 구민활동센터에서는 전직 영어강사였던 구미리( 邱美利 : 치우미리 )이장으로부터 밍샨리 마을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만의 이장이란 우리나라와 같은 읍면동의 하위개념인 단위의 이장이 아닌 시군구의원과 같은 개념으로 선출직이며 임기는 4년이었다.

지역의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마을의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평범했던 여성으로 영어강사가 어떻게 이장으로 선출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마을 문제를 주민들과 표출하는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이장이 되어서는 유해환경 캠페인, 다양한 문화강좌를 개설하여 단순히 문화강좌가 아닌 모여서 이야기하고 논의 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특히 여성교육으로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해 마을의 문제를 이슈화시켜 사람을 모으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고 한다. 연수회원 전체가 여성이었던 관계로 매우 감동을 받았다.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대북시 중산구 검택리( 臺北市 中山區 劍澤里 : 타이페이시 쭝샨구 찌엔저리 )이장인 화무량( 畢無量 : 화우리양 )씨의 강의가 있었다. 그는 군사지역의 특수 환경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장군출신이었다. 찌엔저리 마을은 4천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로 국방부가 위치한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의 대부분이 군인 및 군인 가족들이었다. 화무량 이장의 강의는 군인 출신답게 박력이 있었으며 열정이 가득해서 한시도 한 눈을 팔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민과 함께 환경정화, 환경교육은 물론 환경청결의 날을 월1회 실시했다. 골목골목 주민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구간이 있어 각자의 역할을 나눠 활동과 참여율을 높이며,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하여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옥상 위에 물탱크를 설치하여 빗물을 받아 정수과정을 거쳐 재사용하여 교육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물탱크 덕분에 마을 화단이나 옥상을 정원처럼 꾸미고 아파트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게 다른 아파트 사람들이 내려다보는 정원이 될 수 있게 하였다고 한다. 또한 마을에 애완견이 많아 배설물로 고민하던 중 공중화장실 옆에 애견 화장실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로 매스컴도 탔다는 자랑했다.

대만의 이장님들을 통해 국가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에 있어서도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이장님들의 마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지금과 같은 훌륭한 마을을 일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장님 사랑해요! 감사해요!

연수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맛보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일이다. 타이페이에서는 우리나라의 칼국수와 비슷한 음식인 우육면을 맛보고 풍성하고 다양한 열대과일로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하기에 충분했다. 야시장의 이색적인 광경과 도교사찰에 대한 탐방은 우리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나에게는 잊지 못할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아쉽지만 대만에서 홍콩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우리 일행은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꿈에도 그리던 홍콩이 아니던가!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