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언론인

원전과 철도에 이어 군수품 납품까지 업자들 마음대로 이루어졌다. OECD 회원국중 가장 부패한 그룹에 속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제시한 부패척결 방안의 실천이 시급하다. 경기 위축보다 공직 부패가 국민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기강 확립을 위해 골프 등 접대를 금하는 조치가 내려지면 시중 경기가 위축 된다. 술집, 밥집들부터 타격을 받는다. 늦게까지 접대를 하고 받는 사람이 줄어드니 택시와 대리운전자들도 할 일이 줄어든다. 공직 부패 방지를 위한 조치가 시중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부패는 반드시 척결해야 하지만 경기 위축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는 수십 년간 이 같은 과정을 수없이 거쳐 왔다.

이 같은 경험은 우리에게 고정 관념을 심었다. 공직부패 척결은 아주 어려운 과제다. 공직자들이 적당히 부패하지 않으면 첫째, 가난을 면치 못한다. 둘째, 출세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공직자들의 능력은 업무에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처세에서 판가름 난다. 겉으로는 청렴하게 보여야 한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슬기롭게현실과 타협해야 한다.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우리 공직자들은 대부분 잘 먹고 잘 산다. 처세의 달인들이다.

박정희 정권은 서정쇄신이니 숙정이니 하면서 부정부패 척결을 수없이 외쳤다. 하지만 잠시 수그러드는 듯하다 다시 돋아나는 독버섯처럼 부정부패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정권들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쳤다. 흔히들 맑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176개국 중 45위다. 전년도 보다 두 단계 하락했다. 경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최하위 그룹이다. 부정부패에 관한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한국투명성기구는 새로운 지도자에게 부패 척결 청사진과 실천 로드맵의 필요성을 지적 했다. 해결책으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 했다. 1.독립성이 보장되는 반부패 구가 기관 설치. 2.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및 검찰 개혁. 3.회전문 인사,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해결. 4. 정보공개법 관련 기록물관리법 개정 등이다. 새로운 지도자(대통령)는 제시된 사항들에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공직자들의 적당한부정부패에는 관대한 나라임을 표방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원전· 철도· 군수품 등의 납품이 거의 납품하는 측의 의도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국민의 생명·재산과 직결되는 중요 부문에서 공직자들은 눈을 감았다. ·변조된 시험성적표만 보았을 뿐이다. 이 과정에 추악한 비리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으로 믿는다.

조금만 생각을 깊이 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엉터리 부품을 사용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으면? 엉터리 부품을 사용한 고속철도를 달리던 열차가 탈선이라도 했으면? 북측이 전쟁이라도 일으켰으면? 상상하기도 싫은 참상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출범 이후 32년간 시험성적서 변조 여부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국방기술품질원은 무기 성능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원전과 철도 당국도 그래도 큰 사고는 나지 않았다고 할텐가.

관련 기관 공직자들은 납품업체가 하는 대로 눈 감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본연의 업무는 전혀 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한 기관이며 공직자들인가. 무엇 때문에 나랏돈으로 만만찮은 급료를 지급 했는가. 예산이 부족해 무상급식도, 노인 연금도,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도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부패지수로 미루어 원전·철도·군수품 관련 기관 이외의 각급 기관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관행적 비리가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경기 위축보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제시한 부패척결 방안의 실천이 급하다.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