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얼마 전 농협군지부에 들렸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여유가 있다. 벽 가까운 의자에 앉으려다말고 참 기분 좋은 시선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벽면에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꾸며놓은 나만의 가을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그려놓은 소품의 가을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깊어가는 이 가을에 순간이나마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냥 넘어갈수 있는 이 가을에 이런 아름다운 생각들을 펼쳐 사무실을 들리는 사람들에게 서로가 서로의 생각들을 내보일 수 있었으니 정말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일이었음을 느끼게 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생활한다면 이런 일들을 연출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방문했던 사람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시 여유로운 짬을 내서 그리고 오려서 꾸며가는 일에 동참해서 기획자의 하는일에 동참을 했고 동참해서 이루어 낸 작은 마음들이 더욱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농협 군지부에 박수를 보낸다. 문화는 크고 방대한 것일수도 있지만 시작부터 그런것은 아니었을것이다. 이런 일들이 이제 비단 농협군지부에서 뿐아니라 어떤 단체나 기관의 사무실또는 가게의 조그만 공간에서도 다양한 모습의 아름다움을 펼쳐낼 수 있다는 자신을 얻어냈으니 누구라도 이제는 앞다투어 지역문화로 확산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일였다.

어디, 이뿐인가 우체국 앞을 지나면 계절이 바뀔때마다 게시판이 달라지는 그림과 문구는 지나는 행인들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그쪽을 지나는 사람들은 눈길을 멈췄을 것이다. 그곳이 마치 고창방면으로 가는 차량들이 멈춰서는 승객들이 오르내리는 곳이어서 눈길을 더욱 끌고 있다.

이렇게 전남 우정청에서도 각 군단위 우체국과 연계하여 아름다운 문화 창조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은 우리지역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문화발전을 예감할 수 있는 것 같아 매번 기분좋은 눈 멈춤을 한다.

한 고을의 문화를 알려면 시가지 입구마다 게첨대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면 요즈음 이 고을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안다고 한다. xx네 아들이 고시에 합격을 했고, 어디어디에 새로운 맛집이 생겨나고 하는 정보들이 한눈에 들어 굳이 지역신문이 아니고도 파악할 수 있는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고을에도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국화전시회가 열리고 청소년 댄스대회도 열리고 저명한 교수 초청강연회도 개최되는 현수막들이 많이 걸렸다. 정말 좋은 현상이다. 거기에 게첨되지 않는 행사들도 아주 많아져 지역의 정서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가고 있음을 본다. 지역민이 공감할 것이다.

10월은 문화의 달답게 정말 많은 행사들이 스포티움과 한전문화회관 그리고 생활체육공원등지에서 빼지 않고 개최되었다. 108일 문화원에서 주관한 한전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유홍준 교수의 초청강좌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었으며 청취 태도가 너무 좋아 강사분께서 우리고을의 수준을 극찬하기도 했다 한다.

그랬는가 하면 원불교 삼동회에서 주관한 청소년 가요댄스 경연대회는 시간대가 저녁이었는데도 처음부터 끝가지 이석하는 사람이 없었음을 필자도 눈으로 확인했었다.

노을축제, 문한준 우도농악 발표회, 우평마을굿 발표회, 군립도서관의 작가초대사인회, 난원에서 주최한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가을철 운동회 등 다양하고도 이색적인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필자가 참석했거나 알고 있던 행사만 해도 하루 평균 2-3가지들이 있으니 그 외의 행사까지 한다면 무지기수였을 것이다.

행사는 보내온 팜플렛만 보아도 가보고 싶은 것들이었지만 시간을 내지 못한 경우는 안타까웠을 뿐이다.

밤잠 설치고 머리를 짜내어 추진한 행사들이지만 지역민들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행사는 시들한 기분으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제 우리도 선진문화로 가는 길목에서 문화에 동참하는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격려하고 축하해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문화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지 사람 없이는 생겨나지도, 발전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생활양식의 총체>라고 단순히 정의대로만 살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더 좋은 문화를 만들어가야 되고 만들어서 문화가 밥이 되는 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내가 꿈꾸는 생각이 문화가 되고 그 조그만 생각이나 실행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주저하지 말고 펼쳐보았으면 한다.

농협 군지부의 벽면에 겨울이 깊어지면 어떤 문화가 방문객의 시선을 멈추게 할까 기대하면서 작은 생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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