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영광효사랑노인복지센터장

며칠 전 우박과 함께 첫눈이 내리던 날, 퇴근길에 반가운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었는데 시간과 장소를 물어본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부랴부랴 시간과 장소를 알리고 버스에서 내려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미안함에 마음이 급했던 것인지 약속시간보다 25분이나 먼저 도착했다.

식당에서 혼자 기다리느니 백화점에서 잠깐의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들어섰다. 먼저 이벤트 매장을 둘러보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벤치에 앉았다. 아직 20분이나 남았다.

지하 식품매장까지 천천히 둘러보고 다시 벤치에 앉는다. 그래도 10분이나 넘게 남았다.

25분이란 시간을 어찌하지 못해 질질 끌려다닌 느낌이랄까! 길게만 느껴졌다.

이렇듯 시간은 계획적이지 못한 사람을 끌고 다닌다.

시간은 냉정해서 시간을 어기는 사람은 쫓겨나기도 한다. 25분이 지나 식당에 도착했다. 음식을 주문해 놓고 가족, 직장, 건강, 부모님 안부 등을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예의를 갖춘 식당 종업원이 우리 테이블 주위를 서성이다 영업시간이 10시까지라며 10분전에 귀뜸을 해 주고 간다. 알았다는 눈맞춤을 하고 나서도 이야기가 멈추지 않자 성큼성큼 다가온 종업원이 영업시간이 끝났다며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식당 밖으로 나와 바로 옆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위층 전망은 1층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2층에 자리를 잡았다. 한참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2층은 11시까지니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종업원이 친절하게도 알려준다. 백화점에서는 시간에게 끌려다니더니 음식점, 커피솝에서는 시간에게서 쫓겨났다.

시간은 돈을 주고 사기도 한다. ‘시간을 파는 남자라는 책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데 주택 융자금, 자동차 할부금등 대출금만 지고 있더란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남은 것이 빚밖에 없었다. 은행에 갚을 것이 대출금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빚지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자신이 하고 싶어 했던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 먹는다. ‘5분의 자유라는 소변컵을 파는 사업을 시작한다. 앞만 보고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이 이 컵을 돈을 주고 구입한다. 구입한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5분이라는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함으로써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시간을 돈으로 사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시간을 사고 파는 것을 통해 5분이지만 시간의 귀중함과 매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간은 나에게 투자를 하고 있다. 짜여진 시간 속에 살아가다 보니 25분의 시간을 샀으면서도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당황해 했다. 허둥지둥 바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여유로운 삶과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하루 중에 얼마나 되나? 2013, 한장 남은 달력을 보며 연초에 목표한 것을 되돌아본다. 내가 부리는 시간에 담아내지 못하고 남은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성취감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시간은 약속이다. 약속을 한다는 것은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남의 약속, 중요한 미팅을 위해 회의시간도 정하고, 고객과 약속한 시간에 버스가 운행하고, 음식점 영업도 개업, 폐업시간을 정해 놓는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현재에 대한 집중이다. 요즘 웃음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는다. 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서는 맛을 음미해야 하고, 차를 탈 때면 안전벨트를 매고, 사무실에 앉으면 업무에 집중하고,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과 대화에 충실하고, 기쁠 때 웃는 것에 전념해야 한다. 웃어야 행복해진다는 말을 남에게 하기 전에 내 가슴에 먼저 던져본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다.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을 주인으로 모시며 살 것인가, 내가 시간을 부리는 주인이 될 것인가?

스포츠 경기는 우리 인생을 담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에는 있는데 인생에는 없는 것이 무엇인가? 작전타임이다. 우리 삶에서는 운동경기처럼 작전타임이 없다. 절대 멈추지 않는 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항상 소중히 생각하며 2014년은 시간을 부리는 내가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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