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기/ 영광군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죽음을 마음먹은 사람의 심정은 대체 어떤 것일까?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이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건, 절망의 나락에서 도저히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리라. 그 어떤 죽음이 사람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련만은 일가족 동반자살은 우리에게 늘 큰 충격을 주곤 한다.

지난 226일 오전 830분 송파구의 반지하 셋방에서 살고 있던 60대 초반의 어머니가 30대의 두 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되었고, 창문은 모두 테이프로 막혀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았던 세 모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세 모녀의 아버지는 12년 전 상당한 빚을 남긴 채 방광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비극은 이때부터였다. 큰딸은 고혈압에 심한 당뇨를 앓아 거동조차 힘들었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엄두조차 못 내었다. 언니의 간병을 맡은 둘째딸은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역시 아프고 직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집안의 생계는 어머니 박씨의 몫이었다. 식당에 나가 일을 해서 버는 1,200천원이 수입의 전부였다. 집세와 공과금, 그리고 생활비를 쓰기도 빠듯한 처지에 남편의 빚까지 짊어져야할 세모녀의 삶은 지옥 그 자체였다.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그마저 제때 결제하는지 못해 돌려막기로 생계를 겨우 이어가다 급기야 신용불량 자가 되었다.

혹독한 생활고는 세 모녀를 후벼 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 달 전쯤 박씨가 퇴근 중, 얼음길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팔이 다쳐 식당일마저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월세가 50만원으로 오른 것도 이때 일이다. 평소 이웃들로부터 조용하고 좋은 사람들로 기억되던 세 모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걸 싫어했던 그들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유일한 친척인 박씨의 남동생조차 누나의 절망적인 삶을 눈치 채지 못했다.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린 게다. 사람들의 눈시울을 더욱 뜨겁게 만든 건, 그들이 남긴 주인, 아주머니!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쓰여진 봉투와 안에 든 현금 70만원이었다. 고난과 힘겨움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방안에서 생을 마감하면서도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그들의 마음은 5천만을 울리기 충분했다.

안타까운 자살 소식을 전해들은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최후의 안전망을 더 촘촘하고 넓게 짜야 된다.”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어대지만 진심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지 전문가들이 부정수급 색출보다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귀를 막은 게 다름 아닌 정부였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게 정치권이었지 않았는가!

그나마 사후약방문이라도 차라리 나은 셈일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일시적인 대책이라도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참으로 가슴이 답답할 노릇이다. 때마침 이런 먹먹한 마음을 달래주는 희소식이 우리 지역에서 들려왔다. 바로 좋은이웃들사업이다.

어제 발대식을 치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좋은 이웃들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마땅한 지원체계가 없어 복지사각 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대인 좋은 이웃들이 상시 발굴하여 민·관 협력을 통해 사회의 보살핌을 받도록 돕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을 받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지난 2월 사업 수행기관으로 전국 60개 시군구를 선정했는데, 그 중 영광군사회복지협의회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좋은 이웃들사업은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 따뜻한 빛을 나누어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발굴대상은 복지소외계층이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사회보장 대상자이지만 필요한 서비스를 충족하지 못한 사람, 국민기초수급권자가 되지 못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사람, 심리·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홀몸노인 및 장애우,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사람, 교육과 생활이 어려운 위기 아동·청소년, 자녀와의 실질적 관계 단절 등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홀몸노인 등 그야말로 사회적인 약자들이다.

이렇듯 곤란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을 찾아낼 수 있는 분들은 과연 누구일까? 마을사정을 가장 잘 아는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다. 바로 그런 지역주민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좋은 이웃들이 되어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을 선다니 듣기만 해도 행복하다. 지난 한 달 동안 큰 홍보 없이 모집한 자원봉사자만도 벌써 5백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영광군이 사람 살 만한 곳은 확실한가 보다.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 좋은 이웃들이 있으면 조금은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우리 지역을 복지마을로 가꾸고, 잘사는 영광을 만들어 갈 좋은 이웃들에게 존경심과 큰 박수를 보낸다. ‘좋은 이웃들이 있기에 복지사각지대 해소라는 새로운 소망을 품어 본다. ‘좋은 이웃들이 있기에 너무 행복하다. 그렇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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