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전 영광청년회의소 회장

세월호 침몰 참사에 따른 영향으로 정치권에 전면적인 쇄신 바람이 불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달 16일 이후, 여야 정치권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서도 사실상 모든 정치 일정을 스톱시켰다. 온 국민이 침통해 있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실종자 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여당도 야당도 이 분위기에 압도당해 숨소리 한번 크게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치인으로서 이런 참사가 발생하게 된데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 거듭 머리를 조아렸고, 정치 일정을 중단시킨 것 뿐 아니라 상호 정쟁과 비방도 모두 중단했다. 이 와중에도 싸움질이나 하고 있다는 한심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슬픔에 빠진 국민감정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바짝 몸을 숙인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여야 정치인들이 앞으로도 정쟁보다는 협력과 상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도 한 가지 있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너무 촉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온 국민이 우울증에 빠져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진다면, 후보자 중 누구라도 제대로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골목골목을 다니며 주민들과 만나 얼굴 알리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던 예비후보자들은 종적을 감춰버렸고, 이들은 이제나저제나 선거운동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어떤 현상을 낳게 될 것인가? 참신하고 능력 있는 신진 정치인들이 정계 진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성 정치인들에 비해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데, 얼굴을 알릴 기회마저 줄어드는 막막한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현직 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에게는 크든 작든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일단 인지도 면에서 신진 인사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는 나아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세대교체 또는 세력교체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물론, 선거라는 것이 반드시 인물교체만을 위해 치러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대로라면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민의가 충분히 반영되기란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교체가 됐든 재신임이 됐든, 선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민의가 실종된 지방선거가 돼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지방선거는 내가 살고 있는 내 지역의 향후 4년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일이다. 물론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에 대한 깊은 애도의 마음, 그리고 그 가족들에 대한 우리의 보다 더 따뜻한 마음 씀씀이는 무엇보다 앞서는 지금 가장 소중한 가치가 분명하다. 다만, 이 슬픔이 정치는 나쁜 것이자, 선거는 무의미한 것등의 회의론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대비해 차츰 우리 지역에 누가 출마했는지에 대한 관심도 가져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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