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성/ 고구려대학교 초빙교수

세상 모든 문제는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확신(確信)이고 또 하나는 지혜로운 사람들의 의심(疑心)이다. 하나를 더하자면 그 확신과 의심의 충돌이다. 어리석은 확신은 무식하면 용감하다(억지)는 등식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지혜로운 의심은 대안 있는 의견제시(건설적 비판)로 문제를 양산한다. 그리고 이권이 결부된 확신과 의심은 필연적으로 문제를 확대 재생산한다.

정반합의 변증법적 사회발전이론과 같다. 우리역사의 당파싸움도 그런 맥락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나 조직을 갖추고 있어도 사람의 본질적 삶에 대한 수준이 낮다면 무용지물이다.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이 악기를 다룬다거나 전문적으로 즐기는 스포츠, 지우초대를 위한 특별요리, 어떤 주제이든 30분 이상 이야기 할 수 있는가라는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는커녕 몇 평 아파트, 얼마의 현금, 어떤 직장, 어떤 차를 기준으로 하는 우리의 현실은 이미 선진국과는 한참 먼 후진국형 기준이다.

그만큼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7단 계중 의식주의 1단계와 안전 확보의 2단계도 넘어서지 못하는 정확한 후진국이 바로 한국이다. 국가란 국민이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일제의 잔재가 이어지고 제국주의의 손아귀에서 맥을 못 추는 국가의 비전이 없는 나라, 영혼이 없는 나라, 적당주의와 망각의 나라, 냄비근성의 국민성, 자살과 교통사고가 1,2위인 나라, 국적을 포기하는 국민이 가장 많은 나라, 성범죄가 상위권을 달리는 나라, 남북이 갈라져 서로 적대시하는 가슴 아픈 나라…….이제는 더 이상국민보다 국가를 우선시해서는 정말 안 된다.

주인이 무참히 죽어 가는데 머슴들은 그 주인을 제대로 구하지도 못하면서 폼을 잡고 도망가고 책임을 회피하는 그런 집안이 어찌 융성하겠는가. 그래서 집안을 개조해야한다. 금번 지방선거는 국가적 재난상황속에서 치러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주인에 대하여 무릎한번 꿇지 못하는 정치인과 정치꾼들이 난무하는 나라에서 정녕 훌륭한 정치가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란 말인가.

정치(政治)의 근본 뜻이 잘못된 것을 두드려 바르게 하고 물 흐르듯이 국민을 위하여 봉사함으로써 주인인 국민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긴다면 어찌 지금과 같은 후안무치의 상황들이 계속된다는 말인가. 적폐(積弊)가 넘실대는 나라에서 무슨 참 머슴들이 등장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국가의 비전을 다시 세우고 모든 국민이 공유하며 지혜와 역량을 모을 때 비로소 국가의 모습이 갖추어지는 것인데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새 정치를 한다고 여야모두 법석을 떨지만 공천과 경선의 지저분한 부정과 비리는 아직도 넘쳐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당선지상주의와 밀실정치의 썩은 악취는 21세기 한반도를 휘감고 남북의 이념적 대립은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위대한 협잡들이다. 하루아침에 선거의 문화나 정의가 정착되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상식을 지키고 순리에 따르는 영혼이 정말 필요한 작금의 세태이다.

정치 밥을 먹은 수많은 사람들이 제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한번이라도 읽고 머슴 직에 나섰으면 여한이 없겠다. 정당은 정권창출이 목적이라지만 그 바탕에는 주인인 국민의 도도한 정신을 기본으로 해야만 한다. 당대표나 최고위원이나 몇 사람의 중진들이 결정하고 끌고가는 시스템이 결코 아니다. 6.4 지방선거가 끝나면 또 얼마나 당선무효소송과 법적시비를 겪고 보궐선거 등으로 국민의 혈세와 시간을 낭비해야 할 것인가.

이제는 과속성장의 브레이크를 정확히 밟고 모든 부조리와 모순을 척결하는 새마음운동(Spirit Renovation Movement)이 시작되어야 한다. 하드웨어적 구조 변경(Remodelling)과 성장을 위한 새마을운동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금번 지방선거는 여야모두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결코 국가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주인정신의 고양과 더불어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우리 국민들에게 성찰하게 하였고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공동책임을 느끼는 영혼의 회복을 강렬히 주문하는 눈물과 고통의 사고가 된 것이다.

지방선거는 정치인을 뽑는 이벤트가 아니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머슴을 뽑는 일인데 주인은 눈물 속에 있다. 자신의 안위와 완장(腕章)을 차기 위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도록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만 한다.

영원한 진리를 다시금 새겨보자. “그 나라 정치수준은 결국 국민의 수준이다대통령을 비롯하여 고위직 몇 사람들에게 국가를 맡기는 국민은 영원히 민주와 자유를 쟁취하지 못한다. 20144월은 우리에게 국가개조(國家改造)를 엄명한 역사적 달이다. 6.4지방선거는 그래서 더더욱 분노의 이름으로 심판해야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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