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하~의리

박 혜 숙

요즘은 의리가 대세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추방한지 오래라서 시청 시간이 한정적인 내게도 그 광고는 쉽게 눈에 들어왔다. 탤런트 김보성이 연출하는 의리 광고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사뭇 진지해서 기억에 남았다. 그러나 나는 김보성과 같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의리도 중요하지만 가정생활을 하는 입장에선 󰡐가족을 속 썩이지 않는 남자󰡑가 좋다. 의리로 주먹을 불끈 쥐고 다니며 싸움에 휘말리고 그러다가 한쪽 눈은 실명되고 연이은 주식투자의 실패로 경제적 손실이 막심한데도 그 와중에 의리로 남의 보증을 서주는 남자에게는 아무래도 호감을 가질 않는다. 그런데 최근 세월호 침몰 사건이 터지면서 연예인들의 기부행렬이 시작되기 전에 가장 먼저 1000만원을 기부한 사람이 김보성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2005년부터 서울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사랑의 열매) 홍보 대사를 맡고 있기도 한데 부족한 형편에 그와 같은 마음씀씀이는 정말 감동적인 의리였다. 그런데 그것도 은행대출을 받아서 기부한 거라니 가족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 들였는지가 궁금하다.

그런데 그는 의리시리즈로 방송데뷔 25년 만에 인기가 최고조로 치솟고 있으며 시리즈를 내세운 CF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방송에 나와 주야장천 의리를 외쳐대던 김보성이지만 최근 이토록 의리 시리즈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세월호 침몰 사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들은 의리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고 사람 목숨 알기를 종잇장보다 가볍게 알았다. 꽃다운 청춘들이생명보다는 관행, 절차, 비용 등을 우선시 했던 선박회사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할 공무원인 해경 및 관계자들에게 배신당해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하나뿐인 생명을 잃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겪고 나니 의리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새삼 깨닫게 된 것 같다.

단순하게 주먹을 불끈 쥐고 의리만을 외치는 줄 알았는데 그 의리에도 나름 단계를 정해놓았다고 한다. 1단계가 친구와의 의리, 2단계는 공익과의 의리, 3단계는 나눔의 의리라고 한다. 그러나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 나는󰡐우정도 중요하지만 보다 크고 멋진 의리는 공익과 나눔의 의리다󰡑라고 말하고 싶다. 1단계인 친구와의 의리를 중시하다 보면 자칫 집단 이기주의로 변질되기 쉽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편협한 집단 이기주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절망의 늪에 빠지게 했는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린 친구 아이가? 하면서 부당한 일을 저지르고도 집단체면에 걸려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저 끼리끼리만 잘 살면 된다며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심지어는 차별과 소외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6 4지방선거가 끝났다. 투표를 통해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조정하여 지역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생활 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일을 맡을 봉사자들을 뽑았다.

미국 민주주의의 저자 알렉시스 토크빌은 권력에 기반하는 민주주의는 개인주의(이기주의)로 흐를 경향이 농후하다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고 가족과 친구들만으로 둘러싸인 조용하고 대접받는 느낌의 작은 세계로 안주한다면 그는 곧 보다 큰 사회를 기꺼이 떠나 자신만을 돌보게 된다고 경고했다.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보수성향이거나 진보성향이거나 학력이나 출신이 어떻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역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다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 하고 자원봉사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자원봉사는 지역주민을 하나로 묶고 스스로 지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마술카펫 이다.

친구를 위한 의리를 넘어 공익과 나눔을 위한 의리가 펼쳐지는 진정한 봉사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길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모든 분들에게 기대해본다. 자원봉사 하~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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