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공동체 대표 살림꾼

정부가 이번 달 25일부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한단다. 애당초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대로라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줬어야 했다. 그러나 가지가지 이유로 당선되자마자 약속을 바꿨다. 약속위반이라지만, 착한 국민들은 공약이란 게 본래 막무가내 당선되고 보자는 식 아닌가 하고 한 번은 이해해줬다.

더구나 대통령이 TV에까지 나와 양해를 구하니 나라형편이 어려운가보다 하고 어쩔 수없이 넘어가 줬다. 복지계에선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애써 위안삼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 하위 70% 중 정작 최하위 소득 계층인 국민기초생활 수급노인 40만 명은 기초연금 수혜자에서 빼버렸다. 물론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도 이번 달 25일 기초연금 20만 원을 통장에 넣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다음 달 20일 생계급여에서 20만 원을 뺀다.

결국 정부는 빈곤 노인에게 줬다가 빼앗는 기초연금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준다고나 말라는 탄식과 원성이 당연하질 않겠는가. 왜 이런 식의 정책으로 국민을 호도하는가. 심지어 수급노인들은 그 사실조차 모른 채 별도로 20만원의 소득보전이 이뤄지는 줄로 알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반노인이 20만원 받는 반면에 빈곤노인이 한 푼도 못 받게 된다는 얘기인데,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나마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65세 이상 전체 노인 639만명 중에서 기초연금 20만원 수급자가 이러 저러한 이유로 사실상 10명 중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들의 대다수가 전액(20만원)을 받는다는 정부의 주장과 다르고 정부가 착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의 현실은 짐작보다 훨씬 심각하다. 매월 돈 나올 날짜만 기다리며 몇 번이고 은행을 왔다갔다 하신다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런데 다음 달 사라진 생계급여 금액을 확인하고 놀라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찔하다.

각 지자체와 복지현장에선 도대체 어떻게 이 같은 나쁜 정책을 설명하라는 얘기인가. 노인세대 간의 형평성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의 사회정의감에도 맞지 않는다. 복지의 기본에도 맞지 않는 황당한 접근이기도 하다. 빈곤노인을 기초연금에서 배제하는 것은 최소 약자를 우선하는 선별주의 복지원칙에도 맞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는 보편주의 복지원칙에도 맞지 않는 철학이 없는 복지정책이다.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사회복지사들의 철회 주장에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나이 드는 게 죄인 나라다. 국가도, 자식도, 보험회사도 책임지지 않는 노후다. 국가가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만들었지만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의 17% 정도만 이용할 수 있다. 의료보험 역시 개인이 내야 하는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40%가 넘기 때문에 노인 생활비의 대부분이 의료비로 나간다.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기댈 수도 없다.

지금의 자녀 세대는 자녀 교육과 집값, 본인들의 노후 준비만으로도 허리가 휜다. TV만 켜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을 들라고 호들갑을 떠는 민간보험과 상조보험 등의 금융 상품은 일치감치 노후보장과는 거리가 멀다. 내는 보험료에 비해 받는 지급률은 지극히 낮다.

심하게 말해 이윤을 목적으로 노인들의 주머니를 털 뿐이다. 그래서 결국 대한민국 노인의 빈곤률은 49%로 세계 최고다. OECD 평균 12%4배에 이른다. 노인 10명 중 다섯 명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자살률도 마찬가지다. 빈곤률은 세계에서 제일 높고 복지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니 노인자살률도 높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풍요에 이바지 하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온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연대에 기반한 복지의 보상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말을 꺼내지나 말지 기초연금으로 다 해줄 듯이 꿀을 발라놓고 이런 식으로 노인들의 삶을 뒤흔드는 건 혹세무민 아닌가. 기초연금, 꼼수를 부릴 일이 아니다. 기초연금은 말 그대로 기초연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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