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영광군은 굴뚝 없는 신성장산업인 스포츠마케팅을 역점 적으로 추진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날개를 달았다.

특히 스포츠대회를 통한 영광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많다.

하지만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지역발전효과는 경제적 효과 관광객 증가와 지역홍보효과 지역이미지 상승 및 연관 상품의 매출 증가 사회 인프라 구축 등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을 가져왔다. 하지만 전국 스포츠마케팅의 대한 변화의 물결은 없었다.

2004년 미국 메이저리그의 월드시리즈가 끝난 직후 한 편의 영상이 전파를 탔다. 영상 속 꼬마 형제는 부모 손을 잡고 관중석에 자리를 잡는다. 자막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1919’라는 숫자가 연속으로 찍힌다. 1919에서 시작된 숫자가 천천히 올라간다. 그동안 관중석 꼬마 형제도 성장을 한다. 숫자가 2000을 넘어갈 즈음에 그들은 백발이 된다. 숫자가 2004에서 멈추었을 때 백발이 된 그들은 꼬마의 손을 잡고 관중석에 앉아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잠깐의 암전이 지나고 다시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진다. ‘Just Do It’. 이어지는 나이키 로고. 광고였던 것이다. 2004년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일명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무려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해이다. 우승 직후 방영된 이 광고는 레드삭스 팬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우리도 스포츠 경기에서 감동한 경험이 여럿 있다. 외환 위기로 경제가 위기에 처했던 시절에는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박찬호의 공 하나하나에 국민이 열광했고 LPGA를 주름 잡았던 박세리가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간 순간에는 많은 사람이 눈물을 훔쳤다.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년 월드컵 여운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우리 기억 속 장면에는 공통점이 있다. 감동을 준 선수가 국가대표였거나 국가를 대표한다고 인식된 선수들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찾아본다면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팬에게도 레드삭스와 비슷한 감동사례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국가대항전이다. 우리만의 특수한 경우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스포츠와 민족주의 결합이 우리에게 특히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본다면 이를 꼭 좋다고만 볼 수 없다. 월드컵과 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는 4년에 한 번 열린다. 한 번 이벤트로 국민을 웃기고 울리는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지겠지만 이야기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파급력은 매우 크지만 지속 가능성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소위 한 철 장사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승부를 가린다.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도 있다. 그런 그들을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하는 관중이 있다.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매일매일 쓰이고 있는 셈이다.

86년만의 우승을 통해 나이키 광고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인기 선수의 명장면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수십 년 세월을 하루가 멀다고 경기장을 찾았던 평범한 관중 속에서 쓰인 이야기이기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경기장에 선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떠올린다면 스포츠 자체가 얼마나 거대한 문화콘텐츠인지 실감할 수 있다.

스포츠와 콘텐츠를 말할 때 나이키 광고는 다른 측면에서도 좋은 예시가 된다. 우승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도달까지 과정을 담아냈다는 점이 그렇다. 한 때 누군가의 발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발. 그들의 발은 못생겼다. 숱한 상처에 기형적으로 변형되기까지 했다. 못생긴 발에서 그들이 성공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읽는다. 일반인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노력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점. 스포츠가 문화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태생적인 요소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를 떠올려보면 스포츠가 어떻게 콘텐츠화되어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명료해진다. 스포츠 소재 영화 주인공은 대개 재능이 있지만 큰 시련을 겪었거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아니면 종목 자체가 비인기 종목이어서 생활고에 시달린다. 영화가 진행되어 갈수록 시련은 극적으로 극복되고, 치명적인 단점은 장점으로 바뀌며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씻어낼 성과를 올린다.

이런 영화의 결론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관객은 스포츠 영화를 좋아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주인공이 실제로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은 하나하나 특별하기 때문이다. 특별함이 그들을 응원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네 인생도 스포츠와 같이 결론이 아니라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스포츠 영화의 표를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열고, 스포츠 광고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영광에서도 운동부를 소재로 만들 수 있는 영화나 광고가 넘쳐 난다. 시골소녀들이 전국을 재패했던 법성고 농구부,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희생하는 시골 여고부 육상코치 등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이다.

이제는 전국지자체가 하는 똑같은 스포츠마케팅 보다 이야기가 있고 감동이 있는 스포츠마케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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